상대가 줄 수 없는 것을 원하게 된 파탄 난 관계에서는 남아 있는 사랑의 찌꺼기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갈등을 만들고 카워 나가는 데는 자신이 있으며 드라마에서는 어차피 결말이 화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갈등의 수위를 높여도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언제나 화해가 결말이 되지는 않는다.
약점을 숨기려는 것이 회피의 방편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태도가 되어 내 삶을 끌고 갔다. 내 삶은 냉소의 무력함과 자기 위안의 매커니즘 속에서 굴러갔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진다.
그녀가 속도를 떨어뜨릴 때의 반동으로 나는 흔들렸으며 그때마다 내가 회피해왔던 것들이 그녀에게로 가서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목도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