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ㅣ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평점 :
쉽지 않은 소설이다.
어려운 표현이 난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을 공유하기가 힘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악역이 아니다.
나의 꿈을 처음으로 응원해준 동생과 그 보답으로 동생의 회복을 돕는 나,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하는 부모님까지.
각자의 어려움에 갇혀 서로를 돌봐줄 여유가 없을 뿐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통을 감내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 중 누구도 행복한 모습을 할 수 없다.
그들의 불행의 원인은 모두가 다르지만 그들이 함께함으로 인해
그 불행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모두가 꼭 진하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않은가.
서로에게 보탬이 될 수 없는 관계라면 설령 가족이라도
거리를 두는 편이 정답인 듯싶다.
아니 적어도 이 작품 속의 가족은 분명 거리를 두는 편이 더 행복에 가까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불행의 원인이 가족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가족 중 어느 한쪽에게 무거운 짐이 기울어지는 순간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불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소설은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연애 소설이 될수도, 사회파 소설이 될수도 있겠지.
지금은 안타까운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책을 읽다 문득 '평범한 가정'이란 것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 드라마, 영화에서 봤던 가족의 모습이 가장 평범한 가정의 모습일까?
아침이면 모두 바삐 뛰어다니고 식사를 준비한 엄마 혼자 그들에게
밥 한술이라도 먹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과연 가족이란 집단의 기준값일까?
아마 가장 보통이라고 여겼던 모습이 가장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책을 필사한다 한들 이들이 처한 문제의 답은 찾기가 힘들 것 같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듯이, 너무 당연해 이유를 붙일 까닭 없이, 그 사람과 나는 만나왔다.
p.11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p.117
그러나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