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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페인트. 새로운 색깔을 입혀주는 도구.
하지만 이 책에서의 페인트는 parent's interview(부모 면접)의 은어로 쓰인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반대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는 발상.
무척이나 신선하고 독특하다.
그 발상의 전개 또한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산율, 고아, 교육비 등 다양한 현실적 요건을 고려해 충분한 당위성을 만들어 두었다.
누군가에게는 반인류적이고 절로 거부감부터 드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글쎄...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고달프고 가혹한 고아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위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그 답은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를 원하는(충분한 교육적 지원과 성장을 마쳐 생산 가능 시기를 코앞에 둔)
부모와 그런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아이라면 서로 충분한 필요충분 조건을 갖춘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인 만큼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되지는 않고
적절한 환기와 유머를 품은 채로 진행되지만 어른 독자의 입장에서는 읽는 내내
진지한 생각들이 사라지지를 않는다. 그 과정이 무척 흥미롭기도 했고.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아이들이 과연 그 기회 덕분에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분명 어떤 아이는 행복한 가정을 찾을수도, 다른 어떤 아이는 다시 한 번 좌절감을
맛볼수도 있겠지...
어쨌든 아이들에게는 기회가 필요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버려서는 안되니까.
8월에는, 긴 여름휴가가 있었다. 반복되는 빡빡한 일상을 벗어나 산이나 바다, 섬, 해외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눈부신 풍경 속에서 자유로움에 취했다. 다음해 6월에 아이들이 태어났다.
p.35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휴가철이면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탄생하고
또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는 아이들은 가장 많이 버려진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동물도 마찬가지.
참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의 행복감을 위해 누군가의 삶은 희생된다는 것이...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