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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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숙사에 남기로 했다.

 원칙이라면 기숙사는 문을 닫아야 했다.

 "여기가 지금 제가 사는 곳이에요, 졸업할 때까지 여기에서 살 거예요"

 한나는 떠나는 순간까지 혼자 남는 날 걱정해 주었다.

나에게 수필집을 남기고 갔다. 고독에 관한 수필집이었다.

  서점에서 발견해 구한 책이지만 먼저봐도 괜찮다고, 나는 걱정 말라며 방학 잘 보내고 오라고 그녀의 짐을 내려주며 배웅해 주었다. 한나는 자신이 돌아오면 기차타고 공연보러 가자고 제안하였다.

 괜찮다고 일단은 알겠다고 보내었다.

학교 관리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떠난 뒤였다.

 학교 문이 닫힌 뒤에도 한나는 한 시간을 더 기다렸다.

 왜 이토록 내 걱정을 하는지 나는 안다.

내가 이 방문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한때 나는 그저 넋이 나간 채 떠도는 방랑자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한나의 아는 사람이 되었고,

 그래서 그 상태로 머물러야 한다.

한나를 위해 그리고 날 위해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참 별스러운 아이들이다 생각을 했다.

 

 3살에 병원에서 돌아가신 엄마, 내 존재를 모르는, 내 기억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빠라는 사람, 그리고 외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잘 지내온 것 같다, 아니 잘 지낸 줄 알았다. 집 안에서 우리는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는 만큼 떨어져 있는 시간 또한 즐겼다.

 다만, 할아버지와 있었던 일들 중 수녀 선생님께서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분노하셨다. 마린은 엄마가 궁금했고, 수녀님은 그것을 할아버지에 전달했을 뿐이지만, 그것은 할아버지의 상처를 건드렸고, 화를 내어 수녀님은 사과를 하였다. 난 수녀님께 사과하였다.


아무렴 나는 괜찮다.


 마린은 나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오는 중인 메이블에게 괜찮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괜찮아 보이려 장도 보고, 방도 나름 꾸미고, 룸메이트 한나의 이야기도 하고, 왜 이리 긴장한 걸까, 왜 이러는 걸까 이해하지 못 했다. 실제로 마린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의심하였다.


 마린은 부모님은 안 계셨지만 할아버지와 괜찮은 관계를 가지고, 할아버지와 엄마의 동네에서 그들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모르지만 엄마를 아는 친구들이 가끔 안부차 인사도 건네왔다. 반갑지는 않지만 그다지 싫지도 않은 그런 감정, 괜찮다. 다 괜찮다. 나쁘지 않다.


 어느날은 할아버지의 술을 가지고 나와 메이블과 해변을 걸었다, 걷다가 걷다가 앉아 쉬기도 하고 밤을 보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술도 먹어 보았다. 첫 잔의 맛은 좋지 않았지만 두번째 잔부터는 괜찮았다.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술 때문이라고 약속하였다.

 그것도 괜찮다. 문제라면 문제고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괜찮다.

다만 할아버지에게 이야기 하고 나오지 않아 걱정 하신듯 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하였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 일이 생기기 전 까지는...


 나에겐 마린과 달리 할아버지의 모습도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한 추억마저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간접적으로만 그럴거야 그러겠지 정도이다. 그래서 그럴까

마린이 느끼는 상실감, 배신감의 크기가 어느정도일지는 모르지만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마린에겐 할아버지가 전부였을테니까.

그 전부가 내가 알던 실제와 달랐고, 예상치 못한 경우여서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상실감을 마린은 알지 못 했다.

 이렇게라도 혼자 이겨낸다는 것에 대견하다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은 아이다.

각자의 상실감이, 각자가 느꼈을 배신감이 전해진다.

지켜보는 3자의 눈에서도 그래서 한나도 떠나면서 혼자남을 마린을 걱정한 것 아니었을까.

 메이블은 할아버지의 일을 겪고, 사라진 마린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걱정이 걱정을 낳고 자신에게 잘못이 있어 그런 것으로 오해까지 하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마린도, 메이블도, 이 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린을 찾아온 메이블이 마린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아 다행이었고,

마린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속하게 되었다.

 마린은, 그리고 그들 모두는 괜찮을 것이다.

 함께라면


나는 한 때 마린이었고, 메이블이었고, 또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느낄 감정도 느끼게 될 것이지만 그 때의 나도 우린 괜찮아~ 라고 버텨낼 수 있을까 실제로 아닐 수도 있지만 괜찮지 않을 것도 없을 것 같다.

살아 있으니까

하루를 마치면 그걸로 잊어라, 너는 네 할일을 했다. 약간의 실수와 어리석음은 피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것들을 잊어라.

우린 자매처럼 지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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