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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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전 재산이 먼저 떠오릅니다.

병력의 경우는 유전이라고 하지 상속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재산도 물론 이거니와 특이한 가족의 소개를 합니다.

한 때 스탈린의 주치의 였던 할아버지, 그의 아들인 아버지 역시 개인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함께 시계를 수리하는 준 부부같은 엄마와 삼촌, 이들은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엄마는 왜 삼촌과 준 부부같은 관계를 가진걸까? 왜 아버지는 그들을 방관하고, 삼촌은 자살을 시행했고, 엄마는 어째서 그를 따른 걸까. 할아버지는 왜... 그의 머릿조각을 가져온 걸까


폴은 그들의 재산이 아닌 유전자를 상속받았을까 걱정한다.

자신에 무관심한 가족을 원망하며, 자신에 사랑을 주지 않은 그들에게 그 역시 쏟을 감정이 없는 듯 하다.

그렇게 태어났다는 듯이.

그가 어머니의 가족에게 감사한 것이 있다면 바스크 지방에 애착을 가져 매년 여행을 갔고, 그 곳에서는 펠로타의 열기가 끓어 오르고 있었고 뿌리내릴 곳을 찾았다.

첫 장에서 주인공은 이야기 한다.

기적같은 날들이었고 경이로은 그 4년동안 오로지 행복을 속성,연마하고 집중,실천하는데 몰두했다고

매일아침 살아있는 기쁨을 느꼈다고. 운동을 알지 못하는 나에겐 그다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는데 그 뒷 이야기가 오죽했으면 이란 단어를 내뿜게 하였다. 모든 게 어긋나 흔들리던 그 땅에서 나는 도망쳐 왔다고 자궁이라는 자연의 통로를 통해 나를 세상에 내 던지고 양육하고 공부시키고 고장내버린 사람으로부터 도망쳐 왔다고...

그들은 분명 자기네 유전자 가운데 최악의 것, 그 찌꺼기 염색체를 내게 옮겨놓았을 것이라고...

오죽했으면 자신을 찌꺼기에 비유했을까..

스포츠란 알지 못하고 땀 흘린 뒤의 개운함을 모르는 나는 펠로타란 경기 역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그 펠로타 선수라는 것에 만족하였고, 자신이 경마장의 경주마 일지라도 경기를 진행함에 더욱 더 큰 기쁨을 누리는 듯 했다.

자신의 가족과는 다른 진로여서 였을까.

할아버지도 의사. 아버지도 의사. 본인도 의사면허가 있다했다.

흔치 않은 의사면허를 가진 펠로타 선수.


그의 여자친구 소라야 루앵고가 what's wrong with you?

그녀는 '바스크 목동들이나 하는'유치한 놀이인 '세스타푼타'를 직업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바스크 남자라도 그런 놀이를 직업으로 삼는 건 이상해 게다가 넌 의사야"

그녀는 what's wrong with you?를 남기고 떠났고, 그는 그 4년이 잘못 되었던 것을 전혀 모르고 이전까지의 불운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했다. 그에겐 사라진 그녀에게 대체 뭐가 잘못 된 거냐고 되 묻는다.


그는 제일 먼저 할아버지가 죽고, 삼촌이 자살을 하고 그 뒤를 자신의 어미가 따르고, 어미가 죽은 그 날 송아지고기를 찾은 아버지가 자살로 생을 마친 그 순간에도


아버지의 죽음을 전화로 통보받고 찾아간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의 죽음 역시 자살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이후 아버지의 친구가 찾아와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가 알지 못한 그의 모습들..

들리지 않았을 것 같다. 더구나 술을 마시고 주정하듯 내뱉는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이야기..

그는 오랜시간 그곳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가서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는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아버지의 빈 자리를 그가 채웠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남긴 자취를 따라 밟게 되었다.

의사의 역할이 아픈 곳을 만져주고, 처방전을 내리는 것만이 아님을 깨닫고, 더이상 아프지 않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의사란 직업이,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왜 아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으레히 이야기 한다.

자살은 죄라고, 남은 사람은 어떻하라고 무책임하다고, 자살할 용기로 삶을 살아가라고,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얼마나 고통속에 살아왔을지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으며 그를 조금은 이해했을까..

그는 누구에게도 그 유산을 상속 시키지 않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 하였다.


어찌보면 상속받을 재산이 있고, 의사면허를 따기까지 물질적인 어려움이 없는 배부른 소리였을지 몰라도 자기 가족의 자살을 지켜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인것 같다.

그 고통속에서 그 삶을 상속받지 않으려 얼마나 버티고 도망쳤는지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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