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1 : 국내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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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남학생들의 필독서, 퇴마록을 다시 보다

오랜만에 리디북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이벤트 란에 '퇴마록'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1990년대만 해도 도서대여점이 흔했던 시절이었고, 저도 도서대여점을 참 많이 방문했었습니다. 만화도 많이 보았었지만 소설도 만화만큼 많이 빌려봤었는데, 퇴마록은 참 빌리기 힘든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수 세트씩 구비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도 여차여차 혼세편까지는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학점 따랴, 취업 준비하랴 나름 바쁘게 살던 때라 마지막 편인 말세편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벌써 십수 년이 흘렀고, 그동안 퇴마록은 단일 시리즈로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린 환타지 소설이 되어 있었네요.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다른 미디어믹스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었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998년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된 퇴마록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작의 팬인 저에게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게임이나 웹툰으로로 나오긴 했는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가 아직도 의욕에 넘치는 만큼 아직은 미디어믹스로도 대박을 칠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국내에서의 장르 소설의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된 작품

정말로 유명한 작품이니만큼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초면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면, '귀신이나 주술로 고통받은 사람들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도와주는 퇴마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현암, 박신부, 준후, 승희 네 명으로 각자가 기구한 사연과 이력을 가진 영능력자들로, 각각 기공과 어검술(현암), 영적 오오라(박신부), 주술(준후), 고대신의 화신(승희)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국내편'의 첫 편인 '하늘이 불타던 날'에는 승희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준후의 사연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첫 에피소드 이후부터 이들은 함께 생활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퇴마사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중간 이후의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에 등장한 승희까지 이들 일행에 합류하게 되면서 이름 없는 퇴마사 집단이 완성되게 됩니다. 국내편은 옴니버스 방식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방식이며 분량은 짧게는 이십여 페이지에서 길게는 수백여 페이지까지 제각각입니다. 이 소설의 기원이 전문 작가가 아니었던 원작자 이우혁 씨가 PC통신에 심심풀이로 올리던 글이었다는 점을 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입니다.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라자도 동일한 케이스였던 것을 보면, 역시 한국인들은 '판을 깔아줘'야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슈스케가 이후 알고 보니 전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사람들의 농담 섞인 말과도 일맥상통한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장이 아니라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

아무튼, 퇴마록이 전문 작가가 쓴 글이 아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단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비문과 문장력, 설정의 오류입니다. 처음 읽을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맞춤법이나 문장의 오류, 문장력의 부족으로 인한 이야기의 부실한 전개가 눈에 뜨일 정도입니다. 거기에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여러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 등을 차용함에 있어 치밀함이 부족함에 따른 설정의 오류나 지나친 국뽕(이른바 환빠 논란) 때문에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보아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단순해 보이지만 명료하며 탁월한 서사구조로 인한 엄청난 몰입감이 이 소설이 가진 단점들을 모조리 씹어먹을만큼 대단하기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은 저는 어느새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치기 어린 학생 시절로 돌아가 현암의 엄청난 파괴력의 기공술과 준후의 휘황찬란한 주술이 악당들을 퇴치하고 박신부의 물리력까지 발휘하는 실드 겸 공격수단인 오오라가 악령들을 찢어버리고 승희가 자신에게 깃든 애염명왕의 힘으로 동료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모습을 보여 열광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읽을 다음 편인 세계편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열광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또한 꾸준히 다른 미디어믹스를 통해 퇴마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우혁 작가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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