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선택할 때 기대했던 바는 안락사(의사조력사)를 원하는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관련법규의 맹점을 파악하는 것에 있었고 기대를 만족하는 책이었다.이 책은 안락서 허용 여부에 대해 찬반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은 아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안락사 찬반에 대한 양측 입장을 이론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비중이 있는 편이지만, 대체로 실제 삶에서 안락사를 결정하고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다.따라서 양쪽의 의견을 고루 볼 수 있고, 실제 조력을 가해야 하는 쪽의 입장도 들을 수 있어서 풍부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개인적인 견해로는 의사조력사를 지지하는 입장인데, 그간 법학 강의에서 안락사를 다룰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스스로 원치 않는 약자들이 가장 먼저 안락사의 대상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점이었다.하지만 책에서 언급했듯 실상은 의사조력사에 사용되는 약이 점점 비싸져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은 그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자본의 논리가 죽음에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또한, 개인이 스스로의 삶에서 느끼는존엄성을 몇 가지 불분명한 기준을 들어 의사라는 타인이 판단하고 삶의 종결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의사조력사의 전세계적 연대표와 관련 문헌들을 확인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천천히 정독하며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