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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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야,페루에 난 그 구멍은 뭐니?

세계지도가 그려진 티셔츠에 난 구멍을 보고 한비야씨의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다. 잘 다니던 외국인 회사를 그만두고 오지 여행을 시작했고, 지금은 난민구호를 하고 있는 그녀. 가끔 라디오에서뿐만이 아니라, TV 뉴스를 통해서도 시원시원하고 빠른 말투로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그녀.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녀는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된 동기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심어 주었던 세계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을 ‘한비야의 중국견문록(한비야 글,푸른숲 펴냄)’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녀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낙숫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바위를 뚫는 힘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시험을 즐기는 사람. 그녀는 배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책을 통해서 울고 웃으며 깨달을 줄 아는 사람, 여러 분야의 책을 쌓아놓고 읽으며, 일년에 백권의 책을 목표로 정진하기도 하는 사람. 그녀는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시원시원히 다 보여줘서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고, 마음을 뛰게 만드는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는 사람. (‘낙숫물’,‘시험’,‘책’,‘일’과 같은 낱말은 ‘성실’,‘배움’,‘적극적’이라는 말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나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아직 ‘낙숫물’이 바위를 뚫기를 기다리면서 인내할 만큼 내공이 깊지 못하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그녀는 처음에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한비야’라는 개인으로 인식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녀는 먼저 ‘한국인’이라는 창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한국 사람임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세계 시민의 일원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배낭에 작은 태극기와 단소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여행 중 만난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적어줄 때는 항상 작은 태극기를 그려 넣어 그것을 실마리로 대화를 시작하여 한국을 알린다고 한다.

 

국제화는 섞어놓아도 각각 제 맛을 내야 더 맛있어지는 과일 칵테일 같은 것이라서 각 문화의 제 맛을 제대로 내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하다는 것. 세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 자신 있게 설명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새기고 싶은 말이다. 외국여행을 할 때는 보는 것만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보여질 준비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 나라 태극기, 악기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공부해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앞으로 해외로 나갈 기회가 많을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어야겠다.  

 

‘아직도 그 나라에 화장실 문이 없는 것이 궁금한가?’라며 중국인의 저력에 대해서 얘기한 부분을 읽을 때 얼굴이 뜨거워졌다. 20년 전 중국에 다녀온 한 친구가 얘기해준 화장실에 대한 얘기를 최근까지도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본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지식이 많은 사람 뿐만이 아니라, 나처럼 국사 시간에 잠깐 배웠던 지식으로만 중국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술술 읽힌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어느새 현대 중국의 모습, 국제화 시대에 바람직한 한국인의 자세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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