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연암 박지원 소설집 책상 위 교양 11
박지원 원작, 이가원.허경진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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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한국말 맞아?'
같은 한국말인데, 어쩜 이렇게 해석이 안될 수 있는지 기가 찼다. 머리말에 보면 40년 전에 번역했던 것을 요즘 말투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고 나와있는데, 아니 요즘 말투로 바꾸는 작업을 한 게 이 정도란 말이야? 본문 둘째줄부터 모르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오행의 토(土)가 사시(四時)의 어디에나 붙어서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문장을 알기 위해서는 '오행'과 '토'와 '사시'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고전(古典)이 나를 고전(苦戰)하게 하는구나.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학 경전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고 그러고 싶다손 치더라도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지?
문학서라고 분류되고 있어 감동이나 통쾌함을 느껴야할 것 같지만, 나는 박지원 소설집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최선이 불가능하니 차선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그의 작품들의 내용이 어떤 것지는 알고 싶었고, 그의 작품들이 나오게 된 시대상황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연암의 작품을 쉽게 풀이해 놓은 다른 책 2권을 봤고, 조선 후기 역사책도 3권 읽었다. 그런 후에 이 책을 다시 훑어보니 '마치 그들의 머리털이나 눈썹을 보는 것처럼 그렸다.'라는 말이, 눈에 보이듯이 묘사했다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큰 줄거리를 알고 다시 보니, 몰랐던 세부적인 내용도 알게 되는구나.


이 책에는 연암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전반 사이의 시기에 창작했다는 <<방경각외전>>(<예덕선생전>,<양반전> 등 총 9편의 단편소설집)과, 마흔네 살에 중국에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열하일기>> 중 <호질>,<허생>, 그리고 그의 말년에 지방관리를 할 때 쓴 <열녀함양박씨전>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지배층(양반)의 허위의식과 부도덕성을 꼬집는 비판정신이 작품 전체의 바탕에 흐르고 있다. 는 정도로만 나는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대 박희병 국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한문학은 연암에 이르러 최고의 높이에 도달했다.','연암은 우리나라 고전문학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언어의 마술사였다고 이를 만하다.'며 연암의 작품을 극찬하고 있다. 아 그의 작품들이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는구나. 


그래서 '연암산문선'이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에 포함되어 있다. 한국문학 17권 중에 한 권이라니, 문학적으로 중요하긴 중요한가 보다. 하지만 서울대가 권장하는 도서라고 해서 무작정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연암이 경계했던 것이 바로 이름만을 쫓으며 실리는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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