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희망 공부 - 바보가 될 뻔한 천재 소년
히키 루나 지음, 양윤옥 옮김 / 행복한책가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이 그랬다. '좌절감이 느껴진다'고. 책을 읽고 난 후 애들과 얘기해봤더니, 엄마는 왜 그렇게 못해 주느냐고 불만을 얘기하더란다. 그 엄마는 루나의 부모처럼 못해주는 까닭은 자기 애가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란다. 자기 애가 장애인이라면 자신도 기대하지 않고 루나의 부모처럼 애를 키웠을지도 모른다면서, 평상시에는 룰루랄라 평화로운 가정이 성적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냉랭해진다며 웃었다.

루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나이에 이 책을 썼다. 그런데 책에서 저자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다른 내용만 보여주고, "저자가 누구일까요?"하고 묻는다면, 아마 "40대의 아이를 잘 키워낸 여성"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다. 도무지 어린이의 글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글들이다. 하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것은, 책 표지에 나오는 루나의 사진과, 프롤로그의 처음에 나오는 루나 자신에 대한 소개글 때문이다. 

루나는 비장애인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해왔다.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고 말을 하면 이상한 소리가 나와서 재활치료센터와 집에서 계속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많이 경청할 수 있었다. 또한 '평가,시험'의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여러 책을 읽는다고 한다. 게다가 루나 부모는 어릴 때부터 자의식이 아주 강해서 자신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던 것은 그대로 기억해 뒀고, 그런 것들은 자식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루나를 '일반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로 만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생활을 반성했다.읽는 내내 글쓴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의식했다면 책 내용을 나에게 적용하면서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루나가 중증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나서 나타난 가장 큰 효과는 아이와 남편을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나도 루나 부모처럼 집에서 대화가 끊이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또 '일반적', '상식적',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뭔지를 끊임없이 얘기해 준다. 어려워하는 시부모님에게도 내 생각을 계속 전달하려 애쓴다.

경쟁에서 이기게 해야 한다는 생각, 높은 성적에 대한 욕심만 버린다면 우리도 우리 애를 루나처럼 매일매일 행복해하는 애로 키울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을 한번 더 읽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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