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 - 일본 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20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이경옥 옮김, 이토 치즈루 그림 / 다림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만성중이염에 걸려 한동안 귀에 물이 찼었다. 그때 주위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했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 대부분은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좀 더 큰 목소리로 내뱉듯이 말하곤 했다.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지만, 왜 짜증내느냐고 화낼 수도 없었다.
주인공 사토미는 악기 연주 소리도 보청기를 통해 들어야만, 겨우 '뭔가 뒤틀리는 소리'로 들을 수 있는 청각장애아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고분고분하지만, 의사소통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속으로는 집에서 가장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되고 싶은 꿈도 없기 때문에 발음 연습이나 학과 공부 진도도 더디기만 하다. 어느날 도서관에서 휠체어 탄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죽음 계곡의 여왕>이라는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게 된다. 그 책의 내용은 사토미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사토미는 주인공처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후 도서관 수염 직원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서 사서가 되어 아이들에게 책이 가진 힘과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멋진 세상'이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세상, 그리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행복하게 함께 하는 세상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더 공감되는 것은 장애아 뿐만 아니라 정상아에게도 꼭 필요한 '꿈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과 '동기부여의 방법'이다. 사서가 되는 꿈을 가지게 된 사토미는 그 전의 사토미와 다르다. 합동연주회에서 친구의 실수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수동적이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또한 연주를 무의미하다고 느꼈었는데, 희망을 연주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사토미가 꿈을 가지게 된 것은 휠체어 탄 할머니의 도움이 크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사토미가 자신의 딸과 비슷한 청각장애아란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책을 소리내어 읽어달라고 요구한다. 그 책은 자신이 젊었을 때 자신의 딸과 함께 읽었던 것으로, 같은 장애를 가진 사토미에게 도움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 인간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 만한 책을 권하고, 같이 읽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 이것만큼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또 어디 있을까!
나의 꿈은 휠체어 탄 할머니처럼 사토미 같은 아이들에게 꿈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지도를 하면서 아이들이 그들만의 꿈을 가지도록 동기부여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내가 진정 바라고, 또 남이 인정해줄 수 있는 꿈을 갖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나와 같이 3개월 동안 책을 읽어온 한 6학년 남자아이의 꿈은 노숙자가 되기도 하고, 컴퓨터 해커가 되기도 하니까.
4월에는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그 아이의 마음에 있는 꿈의 씨앗을 또 어떻게 움트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