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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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술은 언제나 좋은 것만 같지만 나는 패스트푸드 매장 안, 카운터 옆에 놓여있는 키오스크 앞에 서서 쩔쩔 매는 이글을 여럿 보았다. 그들의 나이는 다양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소위 어르신들부터 나보다 조금 나이가 더 많거나 엇비슷하거나 적은, 더 어린 사람들까지.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편리하다는 키오스크였지만 사람 키만한 키오스크 앞에서 사람들은 쩔쩔매다가 카운터로 향하거나 혹은 그대로 등을 돌려 매장 밖으로 나간다.
이 소설, 단편들에서 등장하는 기술들은 대단하다. 20년도 더 된 영화 <가타카>에서 나오는 것 같은 완벽한 인간들이 탄생하고, 외계 문명과 접촉하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기의 사고를 분석하고, 웜홀을 통해 냉동되지 않고 빠르게 지구가 아닌 행성으로 쏘아져 그곳에서 새로운 인류의 문명을 이루며, 감정이 물체화된 것을 구입하고 소비하며, 개인의 의식을 데이터화하여 도서관에 보관하며, 터널을 통해 어느 누구도 가지 못한 새로운 우주로까지 나아간다.
이렇게까지 기술이 발전하지만 완벽한 인간들이 사는 도시의 외곽에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살아가며, 웜홀 기술로 인해 낡은 것이 되어버린 기존의 방식을 포기하여 이전까지는 드나들던 행성에 있을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며, 죽은 사람의 의식을 데이터로 이전시키기까지 하지만 살아숨쉬고 있는 어떤 개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잃고 개인에게 붙여진 이름을 잃고 스스로의 존재를 잃고, 터널 너머의 우주로 가기에 적합한 육체를 위해 사이보그화까지 할 수 있는 세계에서 특정 인종, 특정 성별, 특정 나이대의 개인들의 실패는 전체의 실패로 여겨진다.
기술은 배제를 막을 수 있는가. 기술은 과연 세계로부터 분리된 존재들을 포용하는가. 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발전은 동의어인가. 인류의 발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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