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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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선 당일에 읽었다. 소설이 현실에까지 이어져 무거운 마음이 끝나질 않는다. 재밌는만큼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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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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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도련님

성은미

‘도련님 坊っちゃん’은 1906년 나쓰메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쓴 두번째 장편 소설이다. 도쿄국제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1900년 영국으로 2년간 유학을 지낸 후 쓰여진 본 작품은 그의 1895년에 시작한 시코쿠 에히메 현의 보통중학교에 부임했던 경험을 살린 ‘체험적 소재를 통한 사실주의의 실현’이 녹아든 첫 동양 소설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 소설가 백가흠 선생님이 현암사판 ‘도련님’ 해설에서 설명하고 계신다.) 100년전 작품의 형식이 매우 서양적으로 자연스럽고 거부감이 없는 것은 그가 영문학부 전공에 영국 유학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다 읽고 해설을 읽으며 놀란 것은 이 작품이 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 스타일의 작품이란 것이었는데 학교 안의 부조리한 권력 남용도 그렇지만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곱게 자란 도련님이 첫 부임에 말도 잘 안 통하는 남중생들을 만났으니 그 고생이 소설보다 절대 덜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얄팍한 연민이 들었다.

1. 도련님의 성장과정, 그는 과연 소시오패스인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 15p
나는 오른손 엄지손가락 등을 칼로 비스듬이 깊이 벴다. 다행히 작은 칼이었고 엄지손가락 뼈가 단단했기에 엄지손가락은 지금도 손에 붙어 있다. 하지만 그 흉터는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 16p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2,3일 전 부엌에서 공중제비를 넘다가 그만 부뚜막 모서리에 갈비뼈를 부딪쳤는데 무척 아팠다 ~ “너 같은 놈은 이제 꼴도 보기 싫다.” 그래서 친척집에 가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 18p

나는 드러누워 6백 엔을 어디에 쓸지 곰곰이 생각했다. 장사를 한다고 해도 귀찮기만 하고, 잘해나갈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6백 엔을 가지고 장사다운 장사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의 나로서는 남들 앞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행세할 수도 없으니 결국 손해만 볼 것이다. – 24p

첫 문장에서부터 그의 유년기를 다루는 18페이지까지 도련님의 기행은 ADHD가 의심될 정도인데 단순히 부모 관심을 끌려고 심한 장난을 치는 귀여운 남자아이가 정도가 아니라 똘끼가 보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묘사에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에게 유산을 상속 받는 장면에선 그냥 EQ가 부족하고 게으른데 다혈질인 미래의 은둔형 외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 얻어걸린 첫 직장, 수저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숟가락 뽑기를 잘 한 그는 6백엔으로 물리학교를 다니며 변변치 않은 성적으로 졸업까지 하는데 졸업하면서 동시에 교장 추천으로 월급 40엔짜리 교사자리까지 얻게 된다. 지금의 교사와 그 때의 교사는 다르겠지만 후에 그가 도쿄에서 전직하여 취직한 도쿄시가철도주식회사의 월급이 25엔인걸 보면 지방 근무를 제외하곤 괜찮은 일자리였던 걸로 보인다.

그는 부임 첫날부터 선생들에게 일일이 별명을 붙여가며 자신을 타자화 시킨다. 실제로도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학교에 애정도 집착도 없다. 교사들이나 학생들이나 그에겐 내키지 않는 존재이며 언제든 그곳을 떠나도 상관 없다는 태도로 일과 생활을 이어간다.


3. 빨간셔츠와 산미치광이. 순수함과 멍청함 사이

그런 와중에도 좋은 사람은 알아보는지 ‘산미치광이’ 라는 뜻 맞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생전 가족 같은 ‘기요’를 제외한 남을 의지한적도 제대로 사귀어본 적도 없는 도련님은 표리부동하고 간사한 ‘빨간 셔츠’의 잔꾀에 넘어가 ‘산미치광이’와 틀어지게 된다.

세상은 참 묘하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친절하고, 마음 맞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있다. 시골이라서 도쿄와는 모든 게 반대인 모양이다. 뒤숭숭한 곳이다. 조만간 불이 얼고 돌이 두부가 될지도 모르겠다. -79p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얄팍한 심정으로 작은 불씨 하나에 친구를 의심하며 그는 아노미에 빠진다. 사람이 얼마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으면 저런 뻔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친구를 매도하나 싶어 한심하다가도 그게 도련님의 떼 묻지 않은 매력이니 생각했다.
덴뿌라 메밀소바도 경단도 못 먹게 하는 사회에서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주니 계집애 같은 사내라도 고마웠겠지 처음엔…

4. 두 할머니와 성장

언변이 좋은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끽소리 못하는 사람이 꼭 악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돈이나 권력이나 논리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면 고리대금업자나 순사나 대학교수가 사람들에게 가장 호감을 사야 한다. 중학교 교감 정도의 논법에 어떻게 내 마음이 움직인단 말인가. 사람은 좋고 싫은 감정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논리로 움직이는게 아닌 것이다. – 125p

그 언변에 넘어가 46페이지 전에 산미치광이를 의심했던 주인공이 그래도 조금씩 성장을 한다. 고가 선생이 당한 부조리한 처사를 하숙집 할머니를 통해 전해 듣고 교감(=빨간셔츠)를 찾아가 임금인상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장면인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건 그의 친가족들이 아닌 유사가족에 해당하는 두 할머니들이다.

모든 인간들에 박한 평가를 내리는 주인공이 고귀하다고 말하는 기요나 하숙집 할머니나 작품 밖에서 철 없는 주인공에게 독자들이 하는 걱정을 대신 말해주는 가장 현명하고 마음 깊은 분들이다. 도련님은 가족에겐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을 물려받아 손해를 보고 할머님들에겐 사회와 현명한 처사가 무엇인지를 배운다.


5. 법보다 가까운 주먹

“어차피 손봐줄거라면 그놈들이 못된 짓을 하는 장면을 잡아서 현장에서 손바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쪽 잘못이 되는 거니까.”
산미치광이는 제법 분별 있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나보다 생각이 깊은 것 같다. – 132p

그러나 아무리 엄마가 맞는 말을 해도 귀가 기울어지는 건 같이 말썽 피우는 친구의 말이고…
그들은 그 날 고가 선생의 연회에서 코가 삐뚤어지게 취하고 중간엔 중학생들 싸움에 끼어 같이 싸우다 산미치광이 선생이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나서야 교장과 교감을 손봐주게 된다.

중학생들 싸움에서 같이 주먹질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름 복선으로 두 사람은 게이샤를 끼고 놀다 나오는 알랑쇠와 빨간셔츠를 주먹으로 제압하며 고가선생과 산미치광이선생 본인의 원수를 갚는다. 폭력이 비논리적이고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작품에서 저들을 이렇게 완벽한 악당으로 묘사해 놓으니 법보다 가까운 주먹의 결말이 통쾌했다는 것은 스스로를 미개하다고 탓하면서도 숨길 수가 없다.

특히 선생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과 세치혀로 자신에게 아부하는 빨간셔츠의 이야기로만 판단하는 교장은 요즘 시대의 경영진들과 다를게 하나 없어서 오지게(표준어입니다)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었다. 교장과 교감을 시원하게 후들겨 팬 주인공은 미련 없이 도쿄로 떠나 철도 기술자가 된다. 100년 전 일본이나 지금이나 역시 공대생이 취업의 길이 넓다.


6. 개인적인 전체 감상과 ‘도련님’ 소설의 특이점

중반까지는 사회성은 유약하나 성격은 다혈질이고 주먹은 쉽게 나가는 사회초년생 주인공이 타지에서 학생들과 교직원 사회에 적응해가며(덴뿌라 메밀소바와 경단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떼 묻어 가는 소설인 줄 알았으나 도련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점이 신박했으며 덕분에 20대 청년 성장기 보다는 남고생들의 모험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인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덴뿌라 메밀소바와 경단을 금지당한 도련님에게 가장 크게 감정이입을 하다가 먹는 걸 좋아하는데도 얄상한 체형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부분에 크게 배신감을 느꼈다…
운동이라곤 가끔 가다 하는 주먹질이랑 매일 슬렁슬렁 1등칸 열차타고 온천 갔다 오는 게 전부인 양반이… 수저뿐 아니라 체형도 잘 골랐나보다. 역시 세상은 타고 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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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블렌드 화이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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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브라질 원두의 고소함을 베이스로 예가체프의 상큼함이 스쳐지나가는 부드러운 원두. 집안에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에 머그컵 가득 내려놓고 에세이를 읽으면 오랜 지인과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원두이다. 스페셜티를 쓴 것 치곤 커피가 너무 무난해서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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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길은 항상 있다 - 다음 한 발은 더 쉽고 가벼울 테니
윤서원 지음 / 알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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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예쁜데 디자인이 예쁠 뿐이다. 팬시를 바라고 책을 산 건 아니었는데 그런 용도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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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의 작사법 - 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
김이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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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의 책 김이나의 작사법도 완독! 두꺼워 보이고 실제로 책도 무거워서 주후반부턴 허리가 좀 아팠지만;; 잘 나가는 대중작사가의 에세이 답게 쉽게 읽히면서도 어딘지 모를 몰입감이 있다ㅎㅎ 내가 김이나 작사가님을 좋아해서 그런가ㅎㅎ 김이나 작사가님이 참여한 가인이나 아이유의 노래와 뮤비를 정말 초단위로 분석해서 봤기 때문애 어떻게 그 곡들이 만들어지고 캐릭터를 잡아 갔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내가 YG에 두번이나 인턴 서류탈락한 부서 A&R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았음ㅋㅋㅋ 발매 당시부터 읽고 싶었는데 읽게 되어 기쁘다ㅎㅎ 내 개인적인 욕심으론 빨책에도 이 책과 함께 작사가님이 나오시면 재밌겠다 싶은데 동진님이 이 책을 재밌게 읽으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주턴 무려 5일 동안 휴일인데 뭘 읽을지 행복한 고민 좀 해봐야겠다! -지난주 페북에 올린 글 퍼옴. 당연 내페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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