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분위기
박민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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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지워지지 않는 소문과 영상에 갇혀버린걸까? 읽으면서 계속 한숨을 쉬고 몇 번을 고라니처럼 소리쳤다. 지워지지 않는 영상과 소문너머의 이야기. 괴롭지만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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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만난 영원한 이방인 클래식 클라우드 16
최수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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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삶과 작품이 반드시 긴밀하게 연결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치열한 삶 속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온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는 것은 조금 더 특별하고 깊은 사색을 가능케 한다. 나에게는 카뮈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클래식클라우드 카뮈편은 최수철 작가의 안내를 따라 카뮈의 작품과 생애를 따라가는 여행서이자 작가의 삶에 대한 해설본이다.

카뮈는 어려운 환경과 병마, 전란의 시대와 생활를 거친 이후에 '이방인'으로 작가로서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자신의 내면 밑바닥까지 흟고 내려와서 자신의 위선을 고발하는 '전락'을 발표할 만큼 자신에 대한 감시를 놓지 않는다. 표지 바로 뒷장의 사진이 저렇게 멋진 것은 카선생이 그렇게 살아왔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자기검열을 그치지 않는건 스스로를 비하하기 위함이 아닌 삶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병마와 비극이 연속되어도 카뮈는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감으로써 스스로 실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최수철 작가는 카뮈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 곳곳에 카뮈에 대한 마음이 녹아있다. 카뮈의 팬이라서 이 책을 골랐는데 프롤로그에서 이미 과몰입된 상태로 작가의 가이드를 따라가다보면 서로의 팬심을 대결하는 기분까지든다ㅋㅋ 그만큼 카뮈의 비극들을 포르노적인 시각이 아닌 그의 작품을 따라갈 수 있는 길라잡이로 경로를 잡아준다.

카뮈의 인생도 그렇지만 작가가 직접 찍은 알제의 사진들은 아시아 밖으로 나가보지 못한 나의 작품 이해력을 넓혀주었다. 직각으로 내리쬐는 햇빛과 아랍풍의 하얀색 건물들을 보니 뫼르소가 왜 햇빛 때문에 총을 쐈다고 했는지 너무 알겠더라. 물론 당시 알제인들과 아랍인들의 갈등이 더 주된 이유겠지만.

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첫번째로 카뮈의 전작이 읽고 싶어진다는 점이고... (그래서 대학생 때 빌려봤던 #이방인 도 충동적으로 구매;;) 두번째로 앞날개의 '프랑스의 니체'라는 표현. 니체가 카뮈보다 유명한가...? 니체를 싫어하거니와 카뮈는 카뮈로서 실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멋진 책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ㅠㅠ

어려운 철학을 붙이지 않아도 삶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나로서 사는 방법을 고찰한 작가를 뛰어난 통역가이자 가이드의 안내로 따라갈 수 있는 만나기 어려운 기회였다. 언젠가 알제만을 내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 최수철 작가와 카뮈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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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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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남부의 따뜻한 정원에서 살던 개 '벅'이 견신매매를 당해 알래스카 땅을 횡단하는 썰매개가 되어 사회에 길들여 지다가 종국에는 야성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다룬 나름 로드소설... 야성의부름.


잭런던 의 출세작으로 참가하고 있는 독서모임 '여행'기수의 첫 책이라 읽게 되었는데 10페이지쯤 읽고나서 알았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닌 견신매매기임을😭 초반부는 강아지판 노예12년임.

벅이 썰매개가 되고 7~8명 되는 동료개들 사이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과정, 인간들에게 신뢰를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엔 정리되는 과정 들이 딱 IMF 이전 샐러리맨의 삶 같았고... 요즘 곧장 라떼를 떠올리는 나는 스피츠에 자꾸 감정이입이 되서 벅이 좀 미웠다ㅋㅋ

작가는 주인공 벅이 썰매개로 길들여지는 것의 대척점으로 계속해서 야성의 본성을 내세우는데 그 야성이란 것도 자연의 야성이 아닌 1세계 백인 남성이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억눌리지 않는 세계로 보여서 '나는 자연인이다'가 떠오름.

책 자체가 냉소적이어서 리뷰도 그렇게 썼지만 중장편 분량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몰입감 있고 등장견, 인물 등의 갈등구조가 확실해서 텐션이 짱짱하다.

나는 좀 과몰입해서 힘들었지만 겨울에 뜨신 방에서 읽을 재미있는 민음사 고전, 겨울배경 소설을 찾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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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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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리뷰의 처음에는 텍스트에 대한 줄거리를 제시해야 한다. 단편적으로 말하면 강희영 작가의 최단경로 는 계획하지 않은 아이를 만든 부모가 사고로 아이를 잃고 각자의 방법으로 아이를 추모하며 죽음으로서 삶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팩트에 가까운 이야기의 큰 줄기이지만 팩트는 아니다. 소설에서 그들의 끝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기 때문이다.
애영과 진혁에게 아이가 생긴 것은 그들의 우발적인 성욕때문이 아니다. 이유를 찾자면 방탕한 남편에게 실망한 애영의 어머니가 복수를 꿈꾸며 안방의 콘돔에 구멍을 뚫어서이다.

그럼 이 사건의 가해자가 애영의 모친인가? 그녀는 두 사람의 딸을 태어나게 했지만 결국엔 손녀와 함께 암스테르담에서 목숨을 잃는다.

진혁은 학생 때 생긴 자신의 아이와 애영을 곧바로 따라 나서지는 못했지만 늘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아이가 죽었을 때엔 공중파 라디오에 비밀스럽게 아이의 옹알이 소리를 섞어내어 추모한다. 그리고 아마 바다에서 자살한다.

애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 대신 제도로 보장되는 안락사를 선택한다. 약 1년 후의 안락사를 앞두고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이는 역설적으로 애영이다. 문화지원을 받아 스튜디오에 입주하여 예술가들을 만나고 대학원을 등록하고 한국에서 온 혜서도 만난다. 그 모든 것은 다시 아이와 엄마를 만나기 전에 그들이 목숨을 잃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다.

여기에 마리에와 혜서의 서사, 그리고 다미안이 강의하는 최단경로를 찾는 프로그래밍 이야기가 섞여 소설은 완성된다.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누구 한 사람에게 그 비극의 원인을 돌리지 않는다. 사고를 낸 가해자조차 시스템의 피해자로 만들만큼. 그럴수록 가슴이 아프다. 실제로 애영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락사를 선택한다. 원망을 할 삶의 의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애영이 안락사 심사기간 동안 만난 마이레는 그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그렇다면 혜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애영의 옆에 남기로 한 그녀의 "어디 가지 말아요"라는 말은 애영을 묶어두었을까.

사실 그 점이 궁금하지 않다ㅋㅋ 나는 안락사 제도를 지지하고 애영이 편안하게 쉬었으면 하기 때문에. 하지만 살아남을 힘이 있다면 그녀의 다른 선택도 응원할 수 있다.

켜켜이 쌓인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누구나 겪을 수도 있는 가족의 사고를 소재로 이렇게 뭉근한 아픔을 겪는건 참 오랜만이다. 어떻게 보면 카뮈 이방인과는 정반대적인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근래에 등장하는 남자인물을 안타깝게 느끼는 경우가 잘 없는데 진혁이 양육을 포기하는 순간마저 그가 안타까웠다. 문학의 순기능.
단점이라면 남자작가임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진짜 남자작가라는 게 알겠던 그 지점. 여성작가는 생리주기를 굳이 이렇게 장치로 쓰지 않는다. 심지어 과도했다고 본다.

현재 AI가 만드는 최단경로는 충분히 이 책과 같은 사고를 낼 수 있다. 나는 최단경로보다 애영이 과제로 제출한 그런 경로를 채택하는 사회에 살고 싶다.

그리고 애영이 살아갈 시간이 얼마이건 그 동안 평안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진혁의 유품같이 남겨진 곰인형이 필요한 아이의 집에 간게 맞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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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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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됐을 때 구매해서 절반 정도를 읽었고 한 여름 건물 옥상에 갇힌 마냥 숨을 쉴 수 없어서 2년을 덮어 두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책장을 정리하려고 올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노량진이 인상 깊은 '건너편'을 읽으며 가슴 아프지만 이제 이 정도는 견뎌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집에 와 카페에서 다 읽지 못한 마지막 단편을 읽으며 오열을 했다.

겁이 많은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잡은게 찬 물이 아니라 선생님의 손이어서 다행이었다는 편지와 그 편지를 쓴 사람을 걱정하는 주인공을 보며 눈물이 안 날 수가ㅠㅠ

책의 구성도 너무 좋았다. 일상적으로 더러움을 묻히고 마는 현실에서 마지막 이야기에 조그만 구원을 끼워 넣는 것. 그마저도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나는 여전히 여름에 갇힌 것 같지만 무척 좋았다.

작가님의 전작들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작가님이 그저 글을 잘 쓰시는게 아니라 사람을 책 속에 박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는 이도 그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꽉 닫아놓는.

여름의 태양처럼 뜨거운 사랑이 아닌 한여름의 습기처럼 숨막히는 현실의 이야기. 이를 위해 작가님이 수도 없이 깎아냈을 디테일들. 거짓말같이 바람의 성격이 바뀐 지금도 이 책을 떠올리면 다시 숨막히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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