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블루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소개에는 "살인사건이라는 어두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밝은 전망과 분위기로 서술되었다"고 되어있지만, 성범죄와 함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최악이자 결코 용서할 수없는 행위로 생각하는 터라 읽는 내내 괴롭고 버거웠다. (그렇다, 내게 저 두가지는 살인보다 끔찍하고 파렴치한 범죄이다!) 밝은 전망이라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와 생명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밝은 전망이 가능할까. 그 문구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는 알겠지만, 읽는 내내 불편하고 무거웠던 마음때문인지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인간이 그런 것처럼 조직 역시 좋은 일도 하는가 하면 나쁜 짓도 한다'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숨김없이 시인하고, 실수로 인한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감할 수가 없다. 그건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본 희망적인 시선이다. 죄에도 경중이 있고, 범죄도 용서할 수 있는 것과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거부감이 들어 읽기를 멈추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아무리 포장하려고 한들, 결국 돈을 위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생명이 수단으로 전락했고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데도 좋은 일도 하니까, 실수니까... 숨김없이 잘못을 시인하고,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껏 노력하면 용서받아도 되는 것인가? 그들을 용서할 권리가 대체 누구에게 있단 말인가?
      
 발표된지 20년이 넘은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 아쉬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건방진 예상이었다. 물론 뒤에 나온 걸작들에 비하면 설익었지만, 첫 장편부터 이렇게 쓸 수 있었다니...  비록 작가의 생각에는 공감할 수 없지만, 그저 시간 죽이기에 불과하더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첫 장편을 읽는 것에 의의를 두자며 집어든 손이 부끄러울 뿐. 역시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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