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썩 괜찮았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달리 실망스럽던 나이팅게일의 침묵. 그 때문에 볼까말까 망설이다 읽은 제너럴 루주의 개선이 다시 괜찮은 수준을 회복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었던 가이도 다케루. 작품마다  일정 수준으로 준수하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들쭉날쭉한 완성도라면 바로 외면하게 되니 딱 하나만 더 읽어보자 그렇게 생각했다. 은근히 이쪽세계를(의료계) 다룬 글들이 많지만, 어쩐지 동떨어진 얘기가 많은 서양보다는 일본쪽이 배경이나 설정부분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을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아무런 기대없이 집어들었건만, 결과는 예상밖의 재미로 흡족.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글이 필요할 때 읽은지라 재미를 느끼는 촉이 다소 둔했을지도 싶긴 하지만... 소재도, 주인공 캐릭터도 전작들보다 좋았다. 다구치-시라토리 콤비도 나쁘지 않지만 조연 캐릭터들에 비해 현저히 매력이 떨어지는지라 아쉬웠던 부분이 이 작품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소네자키 리에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그녀가 비중있게 등장하는 시리즈도 있으면 좋겠다 싶을만큼 갈수록 점점 더 매력적이었다. 주가 되는 이야기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설정 역시, 비단 소설이나 일본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혹은 이미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즐거운 독서를 넘어서는 감상을 불러와 글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다. 

 이 업계를 다룬 글의 작가들을 보면, 전현직 의사인 경우가 간혹 있다. (굳이 글을 쓰는데 필요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업계에 대해 다루는 것이니만큼 '좀 더 리얼하지 않을까' 괜한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이도 다케루의 경우에는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리얼리티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나 싶다. 전작들이나 이 소설에서처럼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린 후속작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고로, 언제 어떤 작품이 출간될지는 모르지만 이 작가의 다음 작품도 읽어야겠다.   

 

  p 131, 12~16 :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실시한 개혁이 시민생활의 토대를 야금야금 갉아먹게 하는 것은, 정계의 특기일 것이다. 분명히 정계가 말하는 국민이란, 우리들 시민과는 동떨어진 별천지의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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