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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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것을 위해 죽어라 노력해도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어린 나이에 알았다. 그리고 그런 일을 몇번이나 겪으면서 '포기'와 자주 만났고, 어느 순간부터 더는 꿈을 꾸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주어지는 잔인한 결과는 어린 내가 감당하기 너무 힘겨웠고, 포기와 단념이라는 괴로움은 수없는 반복에도 닳아짐 없이 괴롭고 쓰디 썼다. 그 후 지금까지 꿈이라는 건 나와 무관한 남의 얘기일 뿐이었고, 어떤 것도 딱히 욕심내거나 바라지 않았다. 대충대충 건성으로 살지는 않았지만, 노력해도 안되는 일은 나의 일상에 불과하니 덤덤하게 넘겼고, 그 어떤 의미도 두지 않았다. 그래야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일로 상처받지 않을 테니까. 무미건조할지라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이 꿈으로 인해 치뤄야 할 값비싼 대가보다 낫다고, 그렇게 자위하는데 익숙했다. 꿈이 없으면 어떤가, 열정이 없으면 어떤가. 이렇게 편안한데... 사람마다 각자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는 거라고, 적어도 나는 꿈을 꾸고 이루면서 살아가는 타입이 아니라고. 그렇게 확신해왔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외면하려했지만 거듭 접하게 된 랜디 포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나온 세월동안 줄기차게 해온 어리석은 생각들, 그 시간들에 대한 반성의 값진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감사한다.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 꿈에 목마르고 굶주렸던가 보다. 꽤나 긴 세월 나름의 확고한 가치관으로 살아온 것이 무색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나를 흔들어놓았다. 실패했을지언정 내가 기울인 노력은 그 자체로 빛나고 가치있는 것이구나...왜 좀 더 일찍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까, 꿈은 이루지 못해도 아름답다는 것을.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진부하지만 당연한 진리를 머리로는 수없이 되뇌이면서도, 정작은 부정하고 외면해왔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직시할 수 있다.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말 위대하고 의미있지만, 스스로가 기울인 노력과 시간에 결과를 떠나서 박수를 보내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한해를 보내면서 깨달을 수 있어 다행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노와 체념의 시간을 거쳐서 자신의 삶과 주변을 정리하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고 모자랄텐데. 그 끝을 알 수 없는 제한된 시간을 이렇듯 값지고 의미있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랜디 포시는 멋지게 보여줬다. 죽음을 앞두고도 한결같은 그의 열정과 성실하게 살아온 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담긴 마지막 강의가 우리에게 일깨워주려고 했던 값진 가르침, 그리고 내가 느낀 이 생각과 감정들... 앞으로의 삶에서 늘 상기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한다. 그리고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그의 값진 선물에 감사한다.     

 이런 류의 책은 학을 떼고 기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실은 나부터 그런 쪽이다) 게다가 떠들썩한 베스트셀러에, 작가는 아주 잘난 사람, 심지어 제목은 마지막 강의... 눈물콧물과 감동 쥐어짜내기의 불길함이 대놓고 느껴지지 않는가? 하지만 그런 기피할만한 요소를 넘치게 갖추었음에도 이 책을 읽은 것은 먼저 접한 강의 동영상의 영향이다. 누구나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하고 반응할 것 같은 죽음을 앞두고도 변함없는 그의 낙천성과 긍정적인 마음. 힘들고 괴로워도 아득바득 살아야 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는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두고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디 한번은 동영상과 더불어 접하길 바란다. 랜디의 메세지가 당신에게 끌어낼 생각은 어떤 것이든 의미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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