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리더십 - 열린 대화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미래형 문제해결법
아담 카헤인 지음, 류가미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절대로 읽지 않는 책이 있다면, 그건 자기계발서이다. 별반 새로울 것 없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진부하고 뻔한 말들 혹은 절대 공감가지 않는 내용을 그것만이 진리인 양 강요해서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잘난 저자의 화려한 이력으로 말미암아 그럴 듯하게, 하지만 요란뻑적지근할 뿐 허접하기 그지없이 포장해서 기가 차는 사양과 과도한 마케팅을 무기로 황당한 판매량에 도달하는 지긋지긋한 경우를 다년간 수도 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_- 기본적으로 베스트셀러에 대한 냉정하고 싸늘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하겠지만, 어쨌든 이런 이유로 인해 공짜로 들어오거나 선물받는다 해도 절대로 읽지 않고 패스한다. 다행스럽게도 지인 중에는 이런 겁 없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세상에 얼마나 읽고 싶은 책들이 넘쳐나는데 죽도록 싫은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책 역시, 그런 성향상 절대로 읽지 않았을 책이다. 어쩌다 보니 공짜로 수중에 들어오긴 했지만 일단 과하게 보이는 모양새(어째서 하드커버 양장본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헐렁한 편집에도 개념없는 가격이 못마땅했고, 제목부터 대놓고 붙어있는 '리더십'이라는 단어에 또 그렇고 그런, 허접스러운 책이려니 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마이너스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들어온 김에 한번은 읽어주자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건 '리더십'이라는 거슬리는 단어 앞에 붙어있는 "통합"이란 두 글자였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어떻든 끝장을 보는 성격상 그 단어는 그저 낚시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책을 읽어서 찝찝함 따위 없애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안감과 달리, 낚시도 아니었고 아주, 아주 괜찮았다.

 무엇보다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뻔한 얘기를 설교조 혹은 강요라고 느껴지는 강압적이고 불쾌한 어조로 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메시지 역시 많고 많은 이런 유의 책들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이미 우리가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든, 그런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고 들은 것, 느낀 것들을 성공과 실패를 가리지 않고 적절히 활용해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 없이 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당연한 얘기라 해도 뜬구름 잡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론으로만 무장한 채 블라블라 떠들어대면 설득력은 바닥으로 치닫고 만다. 거창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은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자는 전문가답게, 자신의 경험을 참으로 적절하게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게다가 충분히 잘나고 대단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글 전체에서 그 어떠한 '척'이나 자기 과시욕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겸손함 역시 이 책의 미덕이다. 대체 왜 그렇게 저 잘난 척을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실생활에서만도 지긋지긋한데, 책에서까지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극도의 정신적 피곤함과 인간에 대한 신물이 느껴진다. 그런데 저자는 조금도 그렇지 않다. 자신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열린 마음으로 말하고 들으며, 그것을 위한 훈련이 충실하게 되어있고, 끊임없이 그 능력을 갈고 닦으며, 희망적인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를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날 수 있다. 부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자가 자신의 위대한 능력을 사방에 두루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통합"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하고 의미 깊은 단어이지만, 지금의 우리네 현실에서 이보다 절실하고 가슴을 치는 단어가 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올해 세리에서 선정한 CEO 추천도서라 해도 대체 몇 명이나 되는, 소위 윗대가리들이 이 책을 읽었을 지를 생각하면 그저 쓴웃음만 나온다. 제발 좀 읽고, 조금이라도 느끼는 것이 있어서 바뀌는 점이 있으면 좋으련만. 누구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몇몇의 불쾌한 얼굴과 이름이 떠오른다. 그 인간들은 이런 책이 있는 것도 모르겠지만-_- 아니, 과연 책을 읽기는 하려나? 아, 이러지 말아야하는데…….

+) 곳곳에 인상적인 구절들이 있었지만 가장 마음에 든 구절은 저자에게는 조금 미안하게도, 옮긴이의 주 부분이다. 저자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범한 사교적인 실수를 다룬 부분에 나오는데, 오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 넬슨 만델라 등의 인물, 몇 편의 영화를 통해 아는 것이 전부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본격적인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줄루족이 흔히 사용하는 인사말은 '사우 보나'이다. 이 말은 '나는 당신을 본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줄루족은 '사우 보나'라고 인사하면 '시크 호나'라고 대답한다. 시크 호나는 '나는 여기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인사를 나누는 순서가 의미심장하다. 네가 나를 보기 전에는 나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옮긴이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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