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정의의 조건] 서평단 알림
정의와 정의의 조건 問 라이브러리 1
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먼저 생각의 나무에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問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퀄리티는 보장되나 판매고는 극도로 암울할 듯한 읽을 거리를  출간하기로 한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시리즈의 첫 출간본으로 선택된 책들은, 쟁쟁한 저자들의 이름만 봐도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다. 이렇게나 유명세를 떨치는 이들을 첫번째 출간본의 필진으로 선택한 것은 용감한 기획에 힘을 실어주는 방책이겠지만, 과연 어떨지 싶다. 문고본으로 인문학 서적을 출간한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서도, 두려울 정도로 쟁쟁한 저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뒤를 이를 필진들에 대한 (쓰잘데기 없는) 걱정과 함께 이렇게 신경쓸 필요가 있었나 갸우뚱하게 만드는 책의 외양에는 의문이 남는다. 모쪼록 좋은 결과를 거두길. 

 얼토당토 않은 말이겠지만, 본문의 내용은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 것이었다. 내 주제에 감히 저자의 식견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거나 글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그런 생각을 해서가 아니다. 이 책이 출간된 시기를 고려했을 때 집필한 시점은 비교적 최근일 것이고, 그렇다면 좀 더 현실적인 소리를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의 성격상, 그리고 저자의 직업과 위치상, 우리 실정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언급은 없더라도 <정의와 정의의 조건>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달고 나왔으니만큼 보다 신랄함을 담고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나친 생각이었을까? 좀 더 날카롭고 뾰족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욕심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고로 감히 기대에 못미친다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고. 본문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된 복수심이나 분개심같은 부정적인 심리나 감정이 정의의 동력이 된다는 학설은 새롭고 신선했다. 비록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본문에 담긴 내용이나 그것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얄쌍한 책의 분량만큼 명확히 전달된다. 물론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술술 읽히고, 읽는 재미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잠깐만 생각해봐도 정의라는 것이, 정의의 조건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 않은가?) 확실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가독성을 고려해서 쓰인 글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다. 부담없는 분량과 달리 읽는 시간보다 읽은 후에 필요한 시간이 월등히 길게 요구되고, 그 누구도 쉽사리 답할 수 없을 많은 질문들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것이 인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독자가 기대하고 바라는 (또는 저자가 의도한) 묘미이니까. 

다만 곳곳의 오타나 묘한 구성이 내용에의 몰입을 다소 방해하기도 하는데 서문을 보면, 본문은 인권재단에서 저자가 했던 강연을 수정 보완한 강연 원고( 이것이 <비평>에 실리고, 그것이 다시 이 시리즈 기획의 첫번째 결과물로 나오게 된 것)라고 되어 있다. 곳곳의 생뚱맞은 오타는 명백한 편집 과정중의 실수가 분명하다. 그런데 곳곳의 거슬리는 구성은 애초에 강연을 목적으로 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수정 보완을 거치는 중에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것 역시 편집의 문제인지... 문고본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힘을 준 장정만큼 편집에도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오타나 이해에 해가 되는 구성은 바로잡을 수 있었을텐데. 1차 출간본 중에서 달랑 한권을 읽은 게 다인 상태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차후 출간본은 이런 '티' 없이 접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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