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하고, 수록작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한 동물원.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왜 이런 제목을?‘ 싶었는데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원의 이미지와 이 작품집 속 10편의 글들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목이 독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책을 읽을 때 가장 처음으로 접하는 것인만큼 인상적인 제목은 책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데 확실히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유원지이자 나들이 코스로서 진부할만큼 익숙한 장소인 동물원은 어쩐지 늘 얼마만큼의 서글픔과 섬찟함을 느끼게 한다. 물론 유원지라는 장소가 가지는 보통의 통상적인 이미지, 가볍고 즐거운 분주함, 활기찬 소란함이 기본적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뭐랄까... 가족간의 소풍처럼 소규모로 온 것이든, 학교 등의 단체에서 대규모로 온 것이든 동물원에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는 여지없이 얼마만큼의 권태와 짜증이 엿보인다. 어른이나 어린 아이나 예외없이 그곳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다들 일상의 무언가에 치여 지쳐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동물원의 사실상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동물들도 다르지 않은데, 사람들의 유흥 거리로 전락해서 저마다의 우리 안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내부 어딘가에는 인간에 대한 적개심이 나 분노가 잔뜩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의식하지 않고 넘겨버릴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느껴지는 서글픔과 섬찟함.... 이것이 동물원이라는 장소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이 작품집에서 전반적으론 풍기는 인상이었다. 물론 후자에서 그런 인상을 받게된 건 작가의 의도이니 당연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거겠지만.
 
 역자의 후기에도 나와 있듯이, 퓨어와 다크 계열로 나누어진다는 오츠이치의 작품들을 이 한권을 통해서 골고루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계획인지 혹은 둘 다인지 일개 독자인 나로서야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으로 ’오츠이치’를 처음으로 접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작년 여름 사방에서 찬탄을 거듭하던 이 책의 진가를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조금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차분하게 실감할 수 있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무수한 찬사 속에 접한 책은 그것의 부작용으로 실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법이니까. 앞으로 만나게 될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림과 동시에 주목해야할 작가 한명 더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선사한 한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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