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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 최고의 이벤트인 올림픽, 그 올림픽을 인질삼아 몸값을 흥정하는 테러리스트의 모습을 상상했다.
절대 범죄를 일으키지 않을 조건의 멋진 대학원생인 범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주 짜릿한 추리소설을 볼 수 있을 것 이라는 나의 기대는…완전히 배신당했다.
그러나 결코 실망스럽지 않았다.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멋진 책이었으니까...
전쟁을 이겨내고 이제 선진국의 모습이 된 일본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온 나라가 흥분과 기대로 준비를 해나간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축제 속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빈곤층 사람들의 비극을
지켜보던 주인공 구니오는 더 이상 이 부조리를 방관하지 않기로 한다.
부를 독차지 하는 지배층에게 폭탄을 던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어머니가 외도를 해서 태어난 주인공은 타고난 천제였다.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던 그는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대학원을 다니던 그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큰 형님의 죽음으로
그의 인생은 뜻밖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구니오의 삶은 앞만 보고 달리면 성공이 보장된 삶이다.
잘생긴 외모와 최고의 학벌 누구나 부러워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 나가는 그를 보며 한심했다.
어차피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한 사람이 정의를 위해 인생 전부를 걸어봤자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 그를 저렇게 무모하게 만든 것일까…
1권을 다 읽고 2권을 시작하면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심함에서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제발, 제발 잡히지 마, 만약 잡히더라도 죽지는 마… …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머리가 뻐근해졌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이 몰려왔다.
공중그네 이후 두 번째로 읽게 된 올림픽의 몸값…
오쿠다 히데오를 웃긴 책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이젠 그를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