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노래 - 노래를 통해 어머니는 詩이고 철학이고 종교가 된다!
고진하 외 지음 / 시작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어머니의 노래’를 읽고

숭고하고 고귀한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픈 책 표지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어머니는 가장 포근한 집이었으며 아름다운 노래, 한결같은 기도였음을 절감한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이해인 수녀님의 에세이로 시작된다.
소설가 오정희씨, 화가 황주리씨, 극작가 이윤택씨, 개그맨 이홍렬씨, 작가 김현진씨 등
우리 나라 각계 명사 25인이 전하는 내 어머니가 삶을 지탱하고 의지할 수 있었던
노래에 얽힌 가슴 뭉클한 사연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밥을 먹다가 책을 읽다가 빨래를 하다가 산책을 하다가 문득문득 콧날이 시큰하고 눈물이 고이고 나의 전 존재 밑바닥에서 울음이 차오르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해인님의 글에서 공기처럼 항상 내 옆에 계신 내 어머니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딸은 나의 지나온 길, 과거이고 어머니는 내 앞에 놓인 길, 미래인 것이다’라는
소설가 오정희님의 글 속에서 나를 뒤돌아 본다.
아직 어린 두 딸의 모습에서 엄마 없인 못살 것만 같았던 내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보고
이젠 오로지 딸 자식이 무탈하게 잘 살길 바라는 염원 하나만을 간직하신 내 엄마를
떠올려 보게 된다.
숨소리만 들어도 폐가 맑아지는 듯, 초롱 초롱 빛나는 두 눈빛만 봐도 세상이 밝아지는 듯,
항상 날 긴장하게 만드는 앵두같이 빠알간 입만 봐도 가슴이 설레이는 내 영혼과도 같은
내 두 딸을 보면서 ‘우리 엄마도 그랬겠지?’하는 생각에 가슴이 메인다. 

 ‘어머니의 노래는 단지 노래인 것만이 아니고 곡절 많은 어머니의 삶을 대변 한 시(詩)이고 철학이고 종교였음을 깨달았다...’는 소설가 함정임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내 어머니가 즐겨 부르시던 노래가 생각이 났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 얼굴도 모른 체 꽃가마 타고 시집오신지 어언 53년.
그 긴 세월을 흙과 함께 고단한 삶을 같이 하셨다.
내 기억에 우리 어머니는 집에서 보낸 시간보다 논과 밭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많으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셔도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서 엄마를
괴롭혔던 것 같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잠자리를 찾으신 엄마는 절대로
곧바로 잠을 청하시지 않으셨다. 
  엄마의 머리맡엔 항상 조그만 가요집이 두 권 놓여있었다.
얼마나 보고 또 보고 하셨는지 닳고 닳아서 다 헤어져 있었던 것 같다.
베개를 가슴에 끼고 엎드린 엄마는 피곤함도 잊으신 채 가요집을 펼쳐 드시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신다.
적막감이 감도는 깊은 밤 우리 엄마의 고단한 목소리는 조용한 노랫소리로
사방을 적셨다. 그 노랫소리에 잠이 깨어 가만히 지켜본 엄마의 얼굴은
세상 근심을 모두 잊으신 듯 평온하셨다.
고달프고 힘든 삶에 노래는 우리 엄마의 친구이자 안식처였던 것이란 걸
그땐 몰랐던 것이다. 

  반백년을 우리 어머니와 함께 고단한 삶을 같이 해온 노래는
황정자의 ‘처녀 뱃사공’이다.
“낙동강 강바람이/치마폭을 스치면/군인간 오라버니/소식이 오네/.....”
이 노래를 부르시면서 시집 온지 일년도 안되어서 뱃속에 있는
언니랑 엄마를 남겨놓고 군대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셨다고 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의 그 나이에 내 어머니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며느리 이자 어머니의 삶을 살고 계셨던 것이다. 
  지금 나도 내 엄마와 같이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젠 부모가 아닌, 엄마가 아닌 나와 같은 한 여자로서 어머니를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를 딸로 태어나게 해 줘서,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  ‘엄마’라고 불리우게 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전화기 저 너머에서 “다 잘 있지? 별일 없지?”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너무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한분 밖에 없는 내 엄마를 너무 너무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다. 

 ‘시냇가의 오두막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 오두막에 아카시아처럼 얼굴이 흰 어머니가 살고 계셨기 때문 이었다.’             
                           -만화작가 김세영님-
이리 저리 흩어져 자고 있는 자식들의 가는 다리를 쓰다듬으시며
“이놈들아 어서 빨리 커라, 언제 클래, 어서 커라 어서 어서”  
                                               -만화가 김수정님-
‘어미니!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없어질 수 있다니요.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다니.....’                        -개그맨 이홍렬님- 
  ‘어머니의 노래’에 수록된 모든 사연을 다 표현하고 싶지만 그 큰 감동을
모두 담을 수는 없기에 내 기억 속 깊은 곳을 떠나지 않는 몇 구절을 소개해 보았다. 
사연 하나 하나에 담긴 어머니들의 삶을 읽으면서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옛날 우리 어머니의 삶은 웃음보다는 눈물이,
희망 보다는 절망이, 기쁨 보다는 슬픔이 더 많은 고단한 삶이었다는 것을
가슴 아프도록 느끼고 또 느꼈다. 
  하지만 눈물도, 절망도, 슬픔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슴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 작은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희망, 내 살과도 같은 당신들의
분신이 있었기 때문이고 당신들의 종교가 된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로지 자식들을 사랑하는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험난한 길을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엄마, 예비엄마,
딸, 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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