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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난 뒤, 고전에 관심이 생겨 읽어보겠다고 마음먹고 읽게된 첫 고전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도 있었지만 당췌 이해를 못해서.... 내년에 한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인터넷서점의 페이스북 좋은 글귀를 매일 받아보는데 조르바의 멋진 말에 혹~해서 위시리스트에 등록! 도서전에서 좋은 가격에 데려왔다.
이 책은 '나'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엔 화자가 조르바인줄 알았는데 크레타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면서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거침없이 자유로운 그리스인 조르바!!!
'하고싶어서' 자신을 함께 데려가서 일을시켜달라는 조르바에게 관심이 생긴 '나'는 조르바와 함께 부모님께 물려받은 탄광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나'는 탄광사업의 사장. 조르바는 인부들을 지도하는 이른바 공장장. 아니, 공장이 아니니까 지휘자라고 해야될까-
둘은 사업파트너이자 룸메이트였다. 책벌레였던 '나'를 수시로 비판하여 자유롭게 살라고 외치는 조르바! '나'는 책의 중반까지도 조르바의 사상을 부러워하고 갈망할 뿐, 정작 실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점점 바뀌어지는 '나'를 볼수가 있는데... 이 책의 화자가 되었을때 나도 저렇게 바뀔수 있을까?
'나'는 탄광사업에 집착을 하지 않았다.
조르바가 하자고 하는대로- 세세하게 득과 실을 계산하지 않고 따랐지만, 나였더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현 상황에 만족을 하며 탄광사업을 하고, 탄광근처의 작은 집에서 글을 쓰며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조르바가 인부들을 지휘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있으며 현장에서의 위기대처능력 또한 뛰어났지만, 여자를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방랑한(?) 생활때문에 고지식적인 나로써는 그런면에서 조르바를 100%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조르바는 일과 사생활을 확실히 구분했다.
p.333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겁니다. 하느님은 악마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놀때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춤을 추지만, 일에 집중해야 되는 날에는 한번도 고개를 들지않고 일만 한다.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
이번주 주말에 놀러갈 계획이면 몇일전부터 일이 손에 안잡힌다. 컴퓨터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계속 검색하게 되고, 날씨는 좋을까- 준비물은 다 챙겼나?하고 정신팔게 되는 것이다.
주말에 여행을 가서는 어떠한가.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날이 되면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음주 출근걱정을 하게 된다. '오늘이면 여행이 끝나네' '나는 이제 무슨낙으로 살지?'하고 말이다.
하지만 조르바는 그렇지 않는다. 마음먹은 일은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 결과를 깔끔하게 받아들인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일, 여자, 새로운 모험 모두 말이다.
p.340
「...그렇다. 바다, 여자, 술, 그리고 힘든 노동! 일과 술과 사랑에 자신을 던져 넣고, 하느님과 악마를 두려워 하지 말지어다...... 그것이 젊음이란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도 조르바를 100% 좋아하진 않는다.
자신의 연인인 오르탕스 부인(부불리나)을 '화냥년'이라 칭하며 오르탕스 부인 앞에서는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나'와 있을때는 신랄하게 자신이 없으면 이 여자는 못견딜거라는 떵떵거림!!! (물론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는 거짓된 모습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의 돈을 홀라당 탕진하고서도 잠시 미안해하다가 평소로 돌아오는 그 모습!!!
앞서 얘기했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그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본받고싶지만 '나'였다면 조르바를 옆에 두지 못했을것이다.
p.417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나는 극단적인 좌절이나 슬픔이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때문에 외부적으로 참패했으나 속으로 만족하는 순간을 느낀 적이 없다.
매 순간 조심하고, 실패하지 않기위해 차선책을 염두해왔으며, 모험을 하지 않았다.
단조로운 삶은 아니지만 안전한 모험만 했다랄까?
이 책으로 인해 내 삶이 180도 바뀌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책임질 가족이 생기기 전에 최대한의 모험을 해 볼 마음이 생겼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않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기회가 되면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조르바와 '나'가 춤추는 장면을 영상으로 꼭 보고싶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