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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소설집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1년 6월
평점 :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욕망을 갖게 된다. 굶주림을 채우고 싶다고,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고, 아프지 않고 싶다고 바란다. 자라면서 더욱 많은 욕망을 알게 된다. 인정 욕구가 생기고, 명예욕이 생기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성욕이 생긴다. 점점 더 원하는 게 많아진다. 동시에 부족한 게 많아진다.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일률적으로 살아가지 않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 중 무엇을 더 고집하게 될지도 각각 다르게 형성한다. 몇몇 가치들을 중점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치관’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가치관이 생긴 그 순간부터 사람은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그것이 자발적으로 원한 것이든, 무언가로부터 주입된 것이든.
이우 작가의 단편 소설집 《페르소나를 위하여》에서는, 여덟 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뿌리 깊이 내려져 있는 가치들을 언급한다. 각 등장인물이 가진 가치관은 무엇인지, 그 가치로 인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러한 삶이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독자들에게 지켜보도록 한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등장인물을 통해 내가 만나본 적 없는 한 사람의 삶의 단편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삶을 통해, 나는 내 삶을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중인지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위하여》도 나의 이런 요구에 충실히 응답해주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정말 지금 이대로 그 한 가지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일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준다. 삶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무엇을 후회할까. 그러지 않으려면 지금 내가 고개를 돌려 바라봐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내게 질문을 남겨 준 이 책은 내 기준에서만큼은 분명히 ‘좋은 소설’이다. 그리고 아마 다른 사람들이 가진, ‘자신만의 좋은 소설’에도 충분히 속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은가. ‘남에게 보이는 나’와 ‘나만 아는 나’의 모습 중 우리는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노력했을 때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어디인가. 모든 욕망은 추구하는 과정에서나, 이르게 될 결과에서나 옳고 그름이 생길 수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건 실재인가, 허상인가. 나를 살게 하는 건 대체 무엇인가.
위의 질문 중 한 번쯤 마주쳤던 물음이 있다면, 또는 지금 처음으로 마주쳤으나 눈길을 사로잡는 질문이 있다면, 《페르소나를 위하여》의 등장인물과 만나보길 추천한다. 이 책 속에 명확한 답이 새겨져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치에는 우위가 없다. 서로 다른 가치 기준이 있을 뿐이다. 당신에게 가장 고귀한 가치가, 누군가의 거들떠보지도 않는 가치일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과 만나보길 권한다. 당신의 가치에 변함이 없든, 변화가 생겨나든, 삶에 던져지는 질문과 이루어지는 만남이 반드시 당신의 성장으로 이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