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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냄새
이충걸 지음 / 시공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Paper>의 끝머리를 장식하는 글이라던가 <GQ Korea>의 첫머리를 여는 이충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구사하는 은유가 정말 최고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 권으로 묶여진 그의 글을 연달아 읽다 보니 그 은유의 패턴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의 은유는 극한으로 치닫는 과잉 또는 상사를 통한 낯설음이었다. 패턴을 깨닫고 나니 다소의 신비감은 사라지는듯 하지만 그래도 그의 메타포는 여전히 멋지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슬픔의 냄새>라는 제목은 참 좋다. 후각이라는 것은 가장 동물적인 감각에 가깝다. 환상이나 환청이라는 것은 있어도 냄새의 오류는 적지 않은가. 게다가 후각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람의 감정을 뒤바꾸어 놓을수도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후각이라는 것은 외부의 충격을 고스란히 내부로 전달하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취약한 기관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슬픔을 느끼면 코끝이 찡해지는데 어쩌면 슬픔이라는 것이 무취에 가까운 냄새가 있어서 코가 가장 먼저 반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글들을 한 권으로 묶는 것은 별로이다. 어쩐지 대형할인마트에서 파는-낱개로는 절대로 팔지 않는- 박스제품을 사야 하는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니까. 그냥 원래대로 잡지들의 한 귀퉁이에 한 편씩 실려 있는게 좋다. 이런 글들을 연달아 읽어서 일시적이나마 슬픔에 대한 불감증을 얻는 것은 그리 좋은 추억이 아닐것이라 생각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