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략의 즐거움 - 살며시 다가가 적을 낚아채고 옭아매는 12가지 기술!
마수취안 지음, 이영란 옮김 / 김영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그 제목의 사악함으로 인해 안사볼 재간이 없었다고나 할까, 제목이 가진 사악함이 내 안에 있는 악에게 말을 걸었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단순한 이유로 보게 된 책이다.

이야기인즉슨 5천년 중국사에서 난세를 치세로 이끈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전략바이블이랜다. 책 제목 아래에는 버젓이 이렇게 쓰여 있다.

"살며시 다가가 적을 낚아채고 옭아매는 12가지 기술!"

이게 뭔가! 이러면 안 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써놓으면 어쩐지 보고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왠지 무림 비급갖기도 하여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참으로 저열한 선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내용 역시 이와 같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이 책의 내용과 유사한 책으로 저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들 수 있겠다. 군주론은 군주에게 바치는 갖가지 책략이 들어있는데 이 책은 그보다 스케일이 조금 더 커서 조정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조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 조직이란 무엇인가? 조직이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하드웨어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조직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두명만 넘어도 인간관계라는 것이 형성된다. 좋은 관계가 생기면 그 반대편에 나쁜 관계가 생긴다. 쉽게 말해 나와 이효리가 뜨거운 관계가 된다는 것은 나를 제외한 효리빠들이 이효리와 뜨거운 관계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조직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음지보다 양지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당연히 경쟁이 붙고 경쟁에는 여러 전략전술이 동원된다. 그 이면에는 많은 추측, 의심, 의혹, 배신, 모함 등의 이전투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싸움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성선설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각고의 노력 따위를 권하지 않는다. 모략 하나면 충분하다는 식이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을 보자.


군자는 명예를 중시하고, 소인은 자신을 사랑한다. 명예를 좋아하면 행위에 속박받지만, 이익을 중시하면 손해를 입지 않는다.

겉으로는 상대를 찬미하여 그로 하여금 차마 받아들일 수 없게 함으로써 진정한 뜻을 모르게 하고, 암암리에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 그가 가장 꺼리는 곳을 공격해서 자신을 보호한다.

지극히 친한 사람이라도 눈을 질끈 감고 제거하고, 아주 악한 일이라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붙어야만 뜻을 이룰 수 있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 의지해야만 공명을 이룰 수 있다.

난세에는 유능한 사람을 등용해야 하지만, 천하를 평정하고 나면 이들을 제거하여 후환을 없앤다.

 

대략 이런 식이다. 아주 악독한 내용이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내일의 생명에 대해 보장할 수 없는 난세 중의 난세에 씌어진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학교를 통해 배운 너무 나이브한 도덕 관념에 취해 상대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도 이 정도의 찌질한 술수 정도는 파악해두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