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작가 소개에 자신의 이름만 적고 싶어 했다.
이제 첫 소설집을 낸 병아리 중에서도 상 병아리 신인작가라 원하는 대로 책을 낼 순 없었을 거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이름
설. 재. 인 딱 이 세 글자만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소설집은 총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단편집이 6-7개의 글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하면 단편의 개수가 많다. 입맛 까다로운 독자를 위해 작가는 다양한 반찬으로 거하게 한 상을 차려낸 느낌이었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책 내용을 스포 해선 안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소개만 해보겠다.
1. 앤드 오브 더 로드 웨이: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다. 그런데 여자네?!!
2. 리나, 찡쪽: 태국 여행에서 돌아왔다. 말하는 작은 도마뱀, 찡쪽도 함께. 찡쪽은 태국 여자 리나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는데...
3. 지구를 기울이면: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다. 스타렉스는 아이를 치고 놀라 후진하다 멍하니 서 있던 여자를 깔아뭉개버렸다. 둘은 즉사했다. 그 후 ...
4. 엉키면 앉아서 레프트 보디 : (내가 정말 쓰고 싶은 타입의 글이다. 물론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의 형태여야만 하겠지만 ㅎㅎㅎ)
애인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복싱을 시작한다. 총 다섯 명의 이야기, 다섯 개의 찌질함이 이어진다. 난 나에게 구원 같은 복싱! 복싱은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5. 내가 만든 여자들 : (최애 단편) 임차 장님의 파우치는 늘 불룩하다. 우연히 보게 된 파우치 속에는 눈알 두 개, 잘린 손가락 세 개가 있었다. 임차 장님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6. 불가능했던 것에 대하여: 나는 특목에 수학교사다. 종례시간 교실 컴퓨터에서 이상한 파일을 클릭했는데 포르노였다. 여학생이 울면서 달려왔다. 남학생들이 단톡에서 자신들을 재물 삼아 성적 농담을 하고 있다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설재인의 단편집에는 동성애, 성폭행, 다문화가정, 사랑, 학교, 연애, 복수, 복싱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사회적 약자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녀는 현재 이슈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꾹꾹 눌러 담았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단편도 보였다. 작가의 아픔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설재인 작가의 첫 단편집 『내가 만든 여자들』은 시간을 내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영화를 보듯 드라마를 보듯, 우리의 삶이 무료할 때 책을 열어보자.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고 당신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책을 덮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