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다.

하지만 '원효대사의 헤드스핀'이라는 소개글 속 표현이 너무 안달나게 만들었달까?

감동, 교훈 따위보다는 재미있을거란 생각을 가지고 책장을 펼쳤다.



책 속 서라벌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상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성에 대해서 무척 개방적이고 그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외려 천재지변이 있을 때마다 선남선녀를 뽑아 교합제를 행하기까지 한다.

하... 교합제라, 처음 그 장면을 접할 때는 꽤나 당황했다.

원래 아예 새로운 것 보다 익숙한 것이 새로워 질 때가 더 당황스럽지 않은가.

다시 곱씹어보니 음양의 조화가 가장 절실히 드러나는 행위가 교합이니

그걸로 제사를 지낸다는 발상도 영 터무니없지는 않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선 '성골'이 단순한 신분의 칭호가 아닌 실질적인 존재감을 가진다.

성스러운 거대한 골격.

장정 16명이 달라붙어야 간신히 들 수 있는 가마와 심심찮게 내려앉는 계단들.

7척을 훌쩍 넘어서는 장신으로 천하를 내려다보며 삼라만상을 부리는 신의 종족.

백성들은 그저 구더기마냥 조아리고 숭배할 따름인 데서 또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다.



그 중 충격의 백미는 역시 '사슴 가죽'.

여기선 '사슴 가죽 안에서 놀다' 라는 말이 '비누를 줍다'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었다.

역사소설이라고 펼쳤는데 뜬금없이 펼쳐지는 남정네들의 정사씬.

실제로 그 시기에는 동성간의 사랑을 흠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주류 못지않았다.

게다가 화랑은 요즘 말로 '꽃미남'이 아닌가.

그때 사람의 입장으로 바라보면 아름다운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제일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원효의 이야기였다.

7년간의 암굴 수련을 마치고 법회를 여는데 그 넓은 황룡사가 빽빽하게 들어찬다.

그 많은 사람들을 오로지 육성으로, 단 6글자로 호령하니 그것이 바로 '나무아미타불'.

원효의 천둥같은 외침과 귀신같은 손놀림에 군중들은 박자를 맞춰 나무아미타불을 왼다.

이 나무아미타불이 "Rock you!!!"로 들린 것은 내 착각일까?





읽고 나서 보니 참 가벼워서 좋다.

묵직한 외투를 말아입은 전통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서 편했다.

만화책 읽듯이, 잡지 보듯이 부담없는 마음으로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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