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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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분

나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돌보고 다시 시작하려는 분

이사나 전학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분

갑작스런 상실로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지 막막한 분

 

내가 초등학교 오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듣고 나와 동생은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소리내며 울었다. 부모님은 갑작스런 장례식 준비로 바쁘셨다. 우리는 할아버지 장례식에 못 간걸로 기억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할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했다.

할아버지는 새벽녘에 논에 일하러 가시다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회복 중이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다시 건강해지길 기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슬펐다.

두 번째는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다. 나는 사회 초년생이었다. 뜻밖의 연락을 받고 놀랐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몇 년간 세상 어딘가에 아빠가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초등학교 오학년과 이십대 후반 모습이 떠올랐다. 주인공 데이비도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을 직면한다. 데이비와 가족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하는지. 그 후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묵직한 주제를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전해주는 게 주디 블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첫 장부터 술술 잘 읽히고 한 번 잡으면 책을 놓을 수 없다. 중간 중간 폭소도 터뜨리게 된다.

데이비네 가족은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더 이상 삶의 터전에서 살지 못한다. 대신 고모네 가족이 있는 로스앨러모스에 잠시 머물게 된다. 데이비는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던 아빠 대신 안전만이 최우선순위인 고모와 고모부 가족과 지내는 게 답답하다. 하지만 데이비는 자전거를 타고 혼자 협곡에 가는 일탈을 통해 울프를 만나게 되고 숨통을 트이게 된다. 또 봉사활동에 나간 병원에서 암 환자인 오티즈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갑작스런 죽음과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엄마와 데이비는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연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삶을 모험하라고 이야기한다.

 

193페이지

그럼 울프는 뭘 하고 싶은데?”

내가 물었다.

그거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 타이거. 나도 아직 답을 못 찾았어.”

 

273페이지

엄마 말 좀 들어 봐, . 엄마는 너희를 핑계 삼아 여기에 왔고 계속 머물렀어. 그게 너랑 제이슨을 위해서도 더 좋다고 믿고 싶었지만…… 실은 모두 엄마를 위한 거였어. 왜냐하면 엄마는 너무 무서웠거든. 그래서 도망 온 거야. 진실을 피해 도망 온 거야……. 책임도 회피하고.”

미리엄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어?”

아니. 선생님이랑 상담을 하면서 엄마가 깨달은 거야.”

 

273페이지

아빠한테는 두려운 게 없었는데, 그렇지?”

그렇지 않아, 데이비. 아빠도 자기 재능을 믿고 도전하길 두려워했어. 가게를 포기하고 화랑을 차리는 걸 두려워했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했어. 아빠도 사람이야. 그 사실을 잊으면 안 돼.”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엄마도 알아. 엄마도 그래.”

그래도 내 삶을 계속 살아갈 준비는 된 것 같아. 아빠도 내가 그러길 바라실 거야.”

엄마가 싱긋 웃었다. 눈에 눈물이 글썽한 슬픈 웃음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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