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네스코 세계 유산 - 우리나라에서 찾아 보는 ㅣ 한 장 한 장 우리 역사
김원미 지음, 조용란 그림 / 그린북 / 2022년 9월
평점 :
그린북 '한 장 한 장 우리 역사' 시리즈는 우리 역사와 문화재를 주제별로 깊이 있게 탐구해 보는 지식 그림책 시리즈이다. 임진왜란, 화성 행차, 조선의 궁궐, 훈민정음, 세계 유산 등 초등 교과에서 빈도 높게 다루어지는 역사적 주제를 한 장 한 장 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역사적 지식을 고전의 원문과 역사 현장을 토대로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색이다.
《우리나라에서 찾아 보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은 1995년부터 유네스코에 꾸준히 등재되어 온 우리나라의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는 책이다.
'유산'이란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고 또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유네스코는 이런 유산들 가운데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 세계 유산, 세계 기록 유산,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그중 세계 유산은 다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문화유산은 기념물, 건축물, 유물, 유적지 같은 것을 말하며, 자연유산은 지질학적, 생물학적 가치가 있는 지역을 말하고, 복합유산은 두 가지 특징을 동시에 가진 유산이다.
우리나라 세계 유산은 13개의 문화유산과 2개의 자연유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도를 보니 세계 유산이 어느 한 지역에 몰려있지 않고 전국 곳곳에 골고루 흩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모든 곳이 귀한 유산들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우리나라에서 찾아 보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나와있는 15개의 세계 유산 중 한국의 산지승원, 한국의 서원, 한국의 갯벌은 최근에 지정되어서인지 나도 잘 몰랐던 내용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나도 우리 나라의 소중한 유산들을 다시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연과 종교의 아름다운 조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세계 문화유산 2018년 등재)
불교는 삼국시대에 전례된 이후 우리나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유럽은 곳곳에 성당이 있듯, 우리나라는 산 곳곳에 사찰이 있다. 전국에 걸쳐 얼마나 널리 영향을 펼쳤었는지 알 수 있다.
처음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도읍지 한 가운데 절이 있었다고 한다. 고구려 평양의 창암사, 백제 부여의 정림사, 신라 경주의 황룡사는 왕궁 바로 곁에 있었다고 하는데, 도심 중앙에 절이 있는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아 재미있었다.
그런데 불교가 널리 퍼지고 승려들이 수행하는 모습이 변화하면서 절이 산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깊은 산 속 자연환경과 어울리며 한국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의 산사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산사와 산지승원 모두 산속의 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개의 산사는 모두 무려 1천 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찰이다.
산사는 역사와 종교에 상관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자연과 종교가 하나가 되어 현재까지 오랜 역사를 이어온 점을 널리 인정받은 한국의 산사는 이제 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누려야 할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지난 8월 할머니와 함께 갔던 큰 절이 바로 법주사라고 알려주었더니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법주사에 갔을 때 산 속에 안겨 있는 듯 고요하게 배치되어 있는 모습과 팔상전의 웅장한 위용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조만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통도사는 가족들과 자주 갔던 곳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더 뜻깊은 마음으로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석사 무량수전도 워낙 유명한 곳이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나는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산사의 고요함을 참 좋아하는데, 세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산사의 매력을 한껏 느끼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도 자연과 종교의 융화 속에서 내면이 보다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학문을 가르치고 지역 문화를 꽃 피운
한국의 서원 (세계 문화유산 2019년 등재)
서원은 조선시대 학자들이 지방에 세운 사립학교이다.
오늘날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곳은 서당이고,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곳은 한양의 경우 4부 학당, 지방의 경우 향교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교는 성균관으로 나라에서 세운 국립대학인데, 성균관에 가지 않아도 지방 사립대학인 서원에서 성균관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방의 사립학교에는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 같은 이름난 스승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양에 있는 성균관에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훌륭한 스승에게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서원은 유학 경전을 읽고 토론을 하며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배움터였다. 선비들은 서원에서 마음껏 공부하며 지방의 문화를 크게 발전시켰다.
그러나 서원이 발달하면서 많은 문제가 생겨 결국 흥선대원군은 47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서원은 모두 없애버렸다고 한다. 그때 살아남아 지금까지 전해지는 9개의 서원은 원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데, 서원을 거쳐 간 인물들의 흔적과 그들이 만들고 읽던 책이 잘 보관되어 있고 유학자들의 제사가 지금까지도 계승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우리집에서 가까운 논산에 돈암서원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서원을 방문해 옛 사람들이 공부한 흔적을 밟아봐야겠다.
수많은 생물의 중요 서식지
한국의 갯벌 (세계 자연유산 2021년 등재)
한반도의 남서쪽 해안에 자리한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은 우리나라 여러 갯벌 가운데서도 가장 넓고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이라고 한다.
네 갯벌은 섬, 바위해안, 모래갯벌, 펄갯벌, 염습지(바닷물이 드나드는 습지) 등 다양한 자연환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수많은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살아가는 갯벌 생물은 모두 합쳐 2,169종에 이르고, 우리나라 서해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도 47종이나 된다고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갯게,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기수갈고둥, 대추귀고둥 같은 해양무척추 동물도 살고 있다.
네 갯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새 서식지인데, 넙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황새, 노랑부리백로, 재두루미, 흑두루미, 저어새 등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지정한 멸종 위기 조류 27종을 포함해 137종의 물새를 먹여 살리는 곳이라고 한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오가는 철새들의 중요한 기착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국의 갯벌은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가 갯벌의 가치를 알고 갯벌을 보호하고 관리하려는 노력도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소중한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아이들과 조개 캐러 서해안에 다녀왔는데, 우리나라의 갯벌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보존을 해야할 만큼 중요한 곳인지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여수 엑스포 때 순천만 국가정원에 간 적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가보고 싶다며 당장 이번 주말에 갈 수 없냐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된다고 하는데, 그때 아이들과 함께 보성-순천갯벌에 꼭 가보기로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유산 15가지(문화유산 13개, 자연유산 2개) 외에도 훈민정음 해례본 등 세계 기록 유산 16개와 판소리 등 무형 문화유산 21개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유네스코 지정 유산은 총 52개이다.
이렇게 계속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시키는 것은 우리 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순간 그 유산은 우리 것만이 아니라 전 인류의 유산이 된다. 더욱 책임 있게 관리하고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찾아 보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을 재미있게 읽은 아이들은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아이들과 전국 유네스코 세계유산 여행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직접 여행지를 고르고 계획해서 하나하나 발로 밟아가다보면, 아이들 머리 속와 마음 속에 그 위대함과 소중함이 깊이 새겨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