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 TV생물도감의 동물 시리즈
TV생물도감 지음, 유남영 그림 / 다락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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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는 생물의 모든 것을 다루는 생물 관찰 유튜버 'TV생물도감'의 두 번째 책이다. 

지난해 출간된 《TV 생물도감의 신비한 바다 생물》에 이어 이번에는 유별난 곤충들에 관한 이야기를 잔뜩 담아놓았다.



유튜버 'TV생물도감'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생물에 관심이 많아 늘 자연 속의 생물을 관찰하며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했고, 생물에 관한 관심으로 생물연구소에서 근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양한 생물을 생생한 영상으로 소개하고자 'TV생물도감'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TV생물도감'이란 책으로만 접하는 게 아닌 TV로도 볼 수 있는 생물도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 표지에는 'TV생물도감' 구독자가 58만명이라고 되어있는데 그 사이에 구독자가 더 늘어 60만명을 넘었다. 많은 구독자들이 이 채널을 좋아하듯, 'TV생물도감'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컨텐츠가 가득가득한 곳이다.



'TV생물도감' 유튜브 뿐만 아니라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 책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게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기존에 우리가 흔히 보았던 곤충에 관한 정보만을 담아둔 정형화된 도감 구성이 아니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생도(TV생물도감)' 캐릭터가 곤충 캐릭터를 소개하고 채집하러 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어, 함께 채집을 나가는 듯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는 귀여운 그림으로 곤충의 생김새와 특징을 관찰하고, 각 곤충의 특성을 정리해둔 메모로 자세한 정보를 배울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곤충에 대한 비밀부터 실제 곤충 채집 시 유의할 점과 채집 꿀팁까지 알려준다. 본문에 있는 QR 코드를 통해 'TV생물도감'이 촬영한 실제 곤충 관찰 영상도 즐길 수 있다.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법적인 기준으로 채집이 가능한 곤충은 '곤충 채집 Live'로, 법적인 기준에서 채집이 불가능한 보호종은 '곤충 관찰 On Air'로 표기되어 있다. 잘 몰라서 실수로 보호종을 채집하지 않게끔 미리 정보를 제공한다.

특이하게도 '장수말벌'에서는 채집이나 관찰이 아닌 안전을 위한 정보가 적혀있다. 장수말벌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곤충 중 가장 위험한 곤충이기에, 어디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알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장수말벌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치고, 만약 공격을 받는다면 최대한 자세를 낮추어 목과 머리를 먼저 보호하라고 알려준다. 정말 무시무시한 곤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을 살펴보던 아이는 책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발견하더니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QR코드를 찍으면 영상을 볼 수 있다고 알려주니 굉장히 즐거워하며 직접 해보려고 했다.

아이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곤충을 발견하면 스스로 QR코드를 찍었다.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유튜브 'TV생물도감'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곤충들과 만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곤충의 실제 모습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을 때 QR코드를 통해 즉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큰 아이는 동생에게도 《TV 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 책을 알려주었다. 재미있는 걸 보자며 동생을 데리고 오더니, 책 전체를 쭉 훑고는 어떤 곤충에 대한 영상을 볼지 상의하기 시작했다.

동생에게 선택권을 넘겼고, 한참을 살펴보던 작은 아이는 사슴풍뎅이를 선택했다.



아이들은 'TV생물도감' 영상을 보면서 컬러링을 하고 싶다며 스스로 뚝딱뚝딱 세팅을 했다. 컬러링과 'TV생물도감' 영상, 둘 다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결국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곤충들을 보느라 컬러링은 못했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남자아이들답게 곤충을 정말정말 좋아한다. 나는 만지지도 못하는 애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척척 잘도 만진다.

나는 곤충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함께 채집을 하러 다니거나 직접 사육하는 것은 못해주고 있다. 가끔씩 곤충박물관에 데리고 가는 것이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는데, 그것 역시 매일같이 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TV 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곤충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언제든지 생생한 영상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는 신나는 모험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직접 채집활동은 못하지만, 만화를 읽으면 생도(TV생물도감)와 함께 곤충을 잡으러 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곤충 표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곤충과 만나게 해주는 것, 그것이 《TV생물도감의 유별난 곤충 세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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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
다카하시 노조무 지음, 허영은 옮김, 츠치야 켄 감수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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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인가를 인지할 때 그 명칭과 함께 기억하곤 한다. 매번 사물의 모습을 묘사하며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고생물은 이름부터 너무 낯설다.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미 멸종해서 친근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고생물을 자세히 들여다 볼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은 이런 고생물들을 보다 친숙하게 만들어준다. 그림체부터 동글동글 귀여워서 친근감이 간다.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등 보편적인 고생물 시대 분류에 따르는 대신, 다리 개수나 골격과 같은 특징을 활용하여 기억하기 쉽게 고생물을 소개한다. 게다가 재미있는 내용의 짧은 만화를 활용해서 고생물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고생물은 인류의 문명이 나타나기 전에 살았던 생물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최초의 생명들은 생존경쟁을 통해 진화했다. 모습과 생김새가 복잡해지며 종류도 많아졌다. 이후 바다에서 육지로 서식지를 옮긴 생물도 나타나면서 육지에서도 여러 생물이 다채롭게 진화했다. 

고생물은 개성 가득한 모습으로 진화한 생물이 많고, 멸종된 미지의 생물답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뒷이야기도 많아서 현존하는 생물과는 또다른 매력이 가득하다.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을 통해 고생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았다.



고생대를 대표하는 61종의 고생물들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은 고생물을 다리와 마디가 많은 고생물, 골격을 갖추게 된 고생물, 독특한 특징을 가진 고생물, 이렇게 세 그룹으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 속 고생물들을 아주 흥미롭게 관찰해나갔다. 낯설게 생긴 고생물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뱀이나 잠자리처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물과 비슷하게 생긴 고생물들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에서 둔클레오스테우스를 보자 아이들이 굉장히 반가워하며 좋아했다. 자주가는 과학관의 자연사관에 가면 둔클레오스테우스 화석이 있기 때문이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8m에 달하는 거대한 몸길이에 현존하는 악어보다도 강한 무는 힘으로 데본기 최강자로 군림했다고 한다. 자연사관에 머리만 있어서 전체 모습이 궁금했었는데, 아직까지 몸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화석이 발견되어 고생대 최강자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다양한 주제의 고생물 칼럼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고생물 하나하나의 모습에 더 큰 관심을 두었다면, 나는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 중간중간에 수록된 '궁금해! 고생물 칼럼'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고생물 칼럼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만화에서 미처 설명되지 않은 부가 상식을 추가로 접할 수 있다.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이 부분이 생물의 진화 등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캄브리아기 전에는 눈을 가진 생물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눈이 생기자 포식자는 더 효율적으로 먹이사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피식자는 재빠르게 도망쳐야만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세우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바다에서 태어난 최초의 생명들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오랜기간 살았다고 하는데, 눈의 탄생으로 생태계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은 각 시기마다 생태계를 제패한 생물들도 소개하고 있다. 

캄브리아기에는 아노말로카리스, 오르도비스기에는 카메로케라스, 실루리아기에는 바다전갈류(프테리고투스), 데본기에는 판피류(둔클레오스테우스), 석탄기에는 육지의 다양한 사지동물들, 페름기에는 단궁류(이노스트란케비아)가 군림했다고 한다.

각 시대의 최강자를 알아보는 것은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백악기 하면 티라노사우르스를 떠올리듯, 고생대 각 시대마다 떠올릴 수 있는 고생물이 있다면 더욱더 즐겁게 과거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고생물은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왜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그렇다면 그 당시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탐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과학을 반드시 학술적으로만 접근해야 할까? 《동글동글 귀여운 고생물 도감》 저자가 이야기하듯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발휘하며 재미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과학을 즐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생물은 아이들에게 곤충이나 바다생물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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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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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그 어떤 에세이보다 가슴 아프게 다가왔고, 많은 생각을 바꾸게 했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마무리되었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의료적인 관점으로 치매에 대해 서술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제목처럼 치매 환자인 저자가 직접 겪었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감동적이고 유익했다.

이 책의 원제는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이다. 제목처럼 작가가 치매에 대해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이야기 해준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저자는 20년 동안 영국국민의료보험(NHS)에서 비임상팀 팀장으로 일하던 중 2014년 7월, 58세에 조기 발병 치매를 진단받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거의 7년이 흐른 지금까지 간병인 없이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는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질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7년 간 그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치매로 인해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들이 왜곡된다는 사실, 그리고 치매 환자가 실제로 어떤 식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가 본인의 상태를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왜곡되는 '감각'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첫부분은 치매 환자들이 겪는 감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에만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뇌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 감각인 먹는 것에 관한 부분까지 왜곡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자는 감각들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얼마나 오래 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충분히 씹지 않은 상태에서 삼키려고 하다가 목에 걸려 캑캑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마도 저자는 덤덤하게 글을 썼겠지만, 나는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누리지 못하는 쓸쓸하고 서글픈 감정에 격하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보통의 일상, 그보다 더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식사에 대해서, 치매 환자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지 몰랐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이전에는 환자보다는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입장에서 더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환자들의 고통이 느껴져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아이패드는 위층에 있었고 그것을 참고하려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이패드를 가지러 위층에 도착할 때면 그 질문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을 테니 말이다."​

치매 환자들이 겪는 생각의 흐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많은 순간들이 계속 단절된다면 얼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들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환자 스스로 가장 많이 자책하게 되는 질병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은 자책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치매 환자라면 누구나 이런 일들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서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일반인들에게는 환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알려주어 환자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읽어보면 치매라는 질병이 환자의 일상을 얼마나 뒤흔들어 놓는지 알게된다. 미각, 후각, 청각, 시각, 촉각까지, 정말 모든 감각에 이상이 생기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한다.

후각 왜곡이 일어나고 작은 소리에게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하나하나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저자는 여러가지 감각의 왜곡들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치매 환자들이 겪는 모든 상황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지 이해할 수 있었고, 모든 환경을 치매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정말 크게 와닿았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저자는 시각의 왜곡에 대해 이야기 하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았던 일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는 그 순간을 치매로 인해 환각을 겪는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고, 오히려 선물을 받는다고 표현하며 자신의 감각들을 받아들인다. 질병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낯선 감각들과 마주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저자의 자세에 놀랐다.

그래서 이 책은 치매와 관련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환자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을 보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치매 친화적인 '환경'

치매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막연하게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저자는 혼자 살아가고 있다. 본인의 집에서 이웃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사람에게 타인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말이다.

치매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영화 '트루먼 쇼'와 드라마 '완다비전' 속 웨스트뷰 마을이 생각났다. 읽으면서 조작되고 부자연스럽다는 작가의 생각에 많이 공감됐다. 누구나 내가 살아가던 그 곳에서 살고 싶지, 그와 유사하게 꾸며진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치매 환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을까? 

치매 환자들이 겪는 여러 감각의 왜곡을 잘 이해하면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전세계 모두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갖추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그러면 치매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타인과 어울려 일상적인 생활을 함께 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긍정적이어야 할 '태도'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 진단을 받는다면 다른 부양가족이 모든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읽으며 치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특히 치매 환자라도 그들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깨닳음인 것 같다.



저저의 딸의 편지를 읽으며 사람은 사람답게 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치매환자도 원하는대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어야한다. 환자 가족이 모든 것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를 양육할 때 모든 것을 부모가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하듯, 치매환자 역시 인간으로서 그의 삶의 존중해주고 스스로 삶의 여러 부분들을 선택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낙담하고 자기의심을 하기 쉽지만, 제 책은 절대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포기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해줄 겁니다."

마지막 감사의 글 첫 문장을 읽으며 눈물과 웃음이 함께 났다. 치매 환자가 겪을 좌절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저리면서도 저자의 위트있는 모습을 보며 치매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만 할 필요는 없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치매 환자를 비롯해 치매라는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서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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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 -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오늘의 실천 행동하는 어린이 시민
팔메라 브라보 지음, 가브리엘라 리온 그림, 남진희 옮김 / 다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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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는 열한 살 소녀 플라가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여러 행위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지속가능성(持續可能性, sustainability)이란 자연이 다양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기능하는지 연구하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한 역사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지구의 자정 기능을 초과하여 이로 인한 여러 재해 및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맞서 인류가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고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하여 지속가능성이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넘치는 일회용품과 낭비되는 자원들로 인해 지구는 망가지고 있다. 지구는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이 아니다. 망가지고 부서질 경우 버리고 다시 살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구를 구하는 일은 곧 나와 다음 세대의 미래를 구하는 일이다.

지구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는 플라의 실천을 통해 작지만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제로 웨이스트, 쓰레기를 줄이자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을 하자는 환경 운동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에는 일회용품 거절하기, 쓰레기 줄이기, 고쳐 쓰기, 재사용하고 재활용하기 등이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시킬 때 컵 대신 콘으로 주문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작지만 지구를 지켜내려는 선한 생각들이 모여서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요즘에는 워낙 물건들이 흔해서 고장이 나면 쉽게 버리고 쉽게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나역시 질 낮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서 쓰다가 고장나면 버리고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품질이 좋은 물건을 사서 잘 고쳐가며 오래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득이 될 뿐만 아니라 지구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재활용을 할 때도 결국에는 에너지가 쓰이고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쓰기 전에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유기물 쓰레기로 퇴비 만들기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를 읽으며, 아이들과 우리집에 있는 음식물 처리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음식물 처리기 구입을 고민하던 때가 생각났다. 편리성으로 따지면 씽크대에서 바로 분쇄해서 처리하는 것이 나았텐데, 물을 오염시킨다는 생각에 조금 번거롭지만 미생물 분해 방식을 선택했다. 미생물이 살아있는 통 속에 음식물을 넣으면 다음날이면 흙처럼 분해되어있다. 볼 때 마다 참 놀랍다.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것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또다른 자원낭비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이면서, 내가 꾸준히 유지하고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보아야겠다.



환경을 지키는 자전거 타기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큰 아이는 보조바퀴를 떼고 연습하다가 한 단계 큰 자전거로 바꾸었고, 작은 아이는 세발자전거에서 보조바퀴 달린 두발자전거로 갈아탔다. 가을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일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닌듯 하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를 읽고서, 자전거 타는 것이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행동이라는 사실에 아이들은 굉장히 뿌듯해했다.

차 대신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등하교길에 이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또다른 일이 있다는 사실은 보람된 일일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보람을 느끼며 어린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하여

"지구 환경 위기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방법은 지구에 사는 모든 인류가 이 일에 참여하는 것이야."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는 우리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이 방법들은 뭔가 큰 결심을 하고 대단한 기술을 익혀야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지금 바로, 오늘 당장,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쉬운 방법들이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야》를 읽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오늘 바로 한 가지씩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나와 아이들은 이 물건이 꼭 필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고 물건을 제자리에 내려놓는 것으로 또 한 가지를 실천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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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헤르만 헤세의 나 자신에게 이르려고 걸었던 발자취들 탁상달력 2023 북엔 달력
북엔 편집부 지음 / 북엔(BOOK&_)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신념을 표현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보다가 한 가지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헤르만 헤세는 한국인 좋아하는 문학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들은 청소년 필독서로 꼽히는데, 그의 작품에는 생에 대한 관찰과 철학이 남겨져 있다.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3,0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2023년 헤르만 헤세의 나 자신에게 이르려고 걸었던 발자취들 탁상달력》을 통해 헤르만 헤세가 작가이자 화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는 40세쯤 되던 해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게 되었다고 한다. 독일인인 그는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 반대하자 매국노라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다. 이후 아내와 아들이 병마와 싸우고 부친이 작고하는 등 가족 문제까지 겹치며 견디기 어려운 인생의 난관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겪었다고 한다.

헤세는 루체른의 정신병원에서 당대의 저명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의 제자 J. B. 랑 박사로부터 심리치료를 받으며, 그의 권유에 따라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40세의 위기를 그림을 통해 치유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상처입고 절망에 빠진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고 한다.



《2023년 헤르만 헤세의 나 자신에게 이르려고 걸었던 발자취들 탁상달력》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 헤르만 헤세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남긴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북엔의 달력들은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콩기름 잉크 인쇄를 통해 냄새가 나지 않는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콩기름 잉크는 쉽게 자연 분해되고, 일반 유성 잉크보다 탄소 발생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그림들이 지구를 치유하는 친환경적 요소들과 어우러져 그 의미가 더 빛나는 것 같다.



《2023년 헤르만 헤세의 나 자신에게 이르려고 걸었던 발자취들 탁상달력》은 날짜별 공간이 넓고 달력 디자인이 심플하고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나의 취향에 딱 맞았다.

보통 날짜 옆에는 기념일을 적어두고 그 아래에는 스케쥴을 적곤 하는데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서 만족스러웠다. 

헤르만 헤세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림들과 함께하니 그 공간이 더 풍요롭고 온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누가 밉다면 그가 나의 내부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내면에 없는 것은 나를 화나게 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3월은 몬타뇰라의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되어있다.

헤르만 헤세는 40세 무렵부터 스위스 몬타뇰라에 거주하며 많은 그림과 문학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몬타뇰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그림을 보니 나 역시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되는 듯했다.



"꿈을 발견하면 길은 한층 쉬워진다.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는 꿈은 없다. 계속 새로운 꿈으로 교체된다. 그러니 어떤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


6월은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화단을 그린 그림이었다. 달력을 세워뒀는데 그 곳에 작품이 놓여있으니, 달력을 볼 때마다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서 발견했다면 그건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이, 너의 필사적인 소원이 필연적으로 이끈 것이다."


8월은 싱그러운 포도나무 그림으로 되어있었다. 8월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스위스 몬태뇰라에서 헤르만 헤세가 첫 번째로 머무른 집은 카사 카무치였는데, 이후 스위스 취리히의 재력가인 친구 한스 보드머가 몬태뇰라에 있는 자신의 저택 카사 로사를 무상으로 빌려주어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카사 로사로 이사를 하며 정원에 꽃과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이곳이 1946년 헤르만 헤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리알 유희》를 썼던 집이라고 한다.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12월은 계절에 어울리도록 눈 덮인 계곡을 그린 그림으로 구성했다.

《2023년 헤르만 헤세의 나 자신에게 이르려고 걸었던 발자취들 탁상달력》은 헤세의 좋은 작품들을 계절감이 잘 드러나게 배치를 해서 창 밖을 보지 않아도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2023년 헤르만 헤세의 나 자신에게 이르려고 걸었던 발자취들 탁상달력》 달력 한 권으로 헤세의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상처와 절망을 그림과 문학이라는 예술을 통해 치유해나갔던 모습을 보며 나도 함께 위로를 받았다. 아픔 속에서도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았던 헤세를 보며, 우리의 삶도 치유되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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