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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그림책에 묻다 -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이정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9월
평점 :
《육아, 그림책에 묻다》는 표지부터 내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의 뒷모습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지금 아이들과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걸음걸음 재미있고 신나게 가고 있는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여러가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라는 글귀에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는 각 이야기마다 '엄마 일기', '엄마 노트', '그림책 처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 일기'에서는 엄마라면 누구나 쓸 법한 일기 형태를 이용해 육아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엄마 노트'에서는 양육자의 고민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담고, '그림책 처방'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구절구절이 좋았지만, 특히 내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동지를 만난 듯 반갑고 기뻤다.
엄마 마음을 읽어야 육아가 편안하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 파트1은 엄마의 마음에 관한 주제들로 이루어져있다.
화가 난 날, 걱정이 많은 날, 비교하던 날, 속상한 날, 뭐든 도와주던 날, 다 내려놓고 싶던 날, 초라한 날, 아이를 때린 날, 서운한 날의 엄마 일기와 그리고 육아를 잘하고 싶은 아빠 일기까지 총 10가지를 구성해두었다.
육아를 하며 겪는 다양한 감정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하고 어떤 그림책이 우리를 위로해주고 도와줄지 안내해준다.
1년 365일 시도 때도 없이 경험하는 '화'. 성인이 된 지금도 화를 제대로 다루고 표현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잘못된 방법으로 아이에게 화를 표출하고서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 저자는 '화내는 당신에게'(위즈덤하우스)라는 책 속 실험을 소개한다. 그 실험의 결과는, 화는 아무에게나 내는 것이 아니라 낼 만한 사람에게 터뜨린다는 것이었다. 나보다 약한 자에게만 선택적으로 화를 낸다니, 이 얼마나 비겁하고 나약한 태도인가? 내가 아이들에게 이런 비겁하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었다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저자는 그림책 처방으로 《엄마가 화났다》(최숙희 글ㆍ그림, 책읽는곰)를 소개했다. 이 책은 화를 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이게 엄마의 진심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화가 나면 화에서 한발짝 물러나보라고 조언해준다. 화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스려야 하는 것이기에 3분의 시간만 지나도 부드럽게 이야기 할 힘이 생긴다고 한다. 잠시만 숨을 고르면 화가 누그러진다고 하니, 나도 이 3분을 견뎌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이 마음을 읽어야 육아가 행복하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 파트2는 파트1과는 반대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 위한 여러 주제들로 이루어져있다.
아이의 소극적인 성향이 걱정되는 날, 화를 받아주기 힘든 날, 떼쓰는 아이에게 지친 날, 속상한 날, 욕심 많은 아이가 고민인 날, 싸우는 아이들로 머리가 아픈 날,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되는 날, 불안해하는 아이가 불안한 날, 느린 아이가 답답한 날의 엄마 일기와 그리고 아이의 눈물 앞에서 쓰는 엄마 일기까지 총 10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아이의 소극적인 성향을 걱정했다. 내가 소극적이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불편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타고난 기질을 인정하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향으로 바꾸어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개선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아직 자신을 파악하지도 못한 준비가 안된 아이를 밀어부치는 것은 다른 일일 것이다. 육아를 하며 늘 다짐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도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자는 것인데, 나 역시 평생을 살아도 바꾸지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만 옳고 그름을 잣대를 대고 바꾸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이의 성향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자신은 늘 부족하고 못난 아이라는 생각에 갇힐 수 있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얕은 말들이 아이들을 걱정의 늪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그 녀석, 걱정》(안단테 글ㆍ소복이 그림, 우주나무)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걱정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한다.
불쑥불쑥 찾아와 괴롭히는 걱정은 '걱정시간'에만 이야기 나누기로 함으로써 나머지 시간에는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주고, 부정적 표현을 거두고 긍정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은 언제든 발휘될 것이다.
아이 습관 형성을 돕는 것이 육아의 시작이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 파트3는 여러가지 아이의 습관 형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묶어두었다.
아이의 질문에 생각이 많은 날, 아이의 거짓말이 궁금해진 날,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걱정인 날, 아이의 집중력이 궁금한 날, 자기 중심적인 아이가 걱정인 날, 아이의 거친 언어가 당혹스러운 날, 아이의 독서습관이 고민인 날, 아이의 성교육이 고민되는 날, 아이의 생생한 눈빛이 신기한 날, 우울한 날의 엄마 일기 총 10가지를 모아두었다.
첫째와 둘째의 성향이 비슷한 듯 다른 점이 있는데, 둘째는 성에 관한 궁금증이 많다. 아직 설명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질문은 하지 않지만, 왜 남자와 여자의 신체 여러 곳은 서로 다르게 생겼는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내가 최대한 잘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설명이 충분한지에 고민이 많다. 어느 시점에 이야기를 해야하고 어느 정도까지 말해줘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곧 수영 대회가 열릴 거야!》(니콜라스 앨런 글ㆍ그림, 위즈덤하우스)는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탄생의 비밀을 재치있게 풀어낸 그림책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이 책을 함께 읽지 않더라도, 언제든 아이가 질문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책들로 미리 공부해두어야 할 것 같다.
저자의 추천책인 《남자아이 여자아이》와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처럼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책부터 시작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 발달을 읽어야 육아가 쉽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 파트4는 아이의 발달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모아두었다.
혼자 있는 아이가 고민인 날, 아이의 순발력에 놀란 날, 아이의 창의력이 걱정인 날, 아이의 표현 방식이 걱정인 날, 마음이 조급한 날, 동기부여하는 법이 고민인 날,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이 궁금한 날, 야무진 아이로 키우고 싶은 날, 우리 아이 수학이 걱정인 날, 아이의 경제 관념이 염려되는 날의 엄마 일기 총 10가지를 구성해두었다.
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순발력이나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고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태어난대로만 산다면 사실 참 억울할 것 같다. 문제해결력을 후천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모든 과정이 공부라고 이야기 한다. 즉,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시도해보고 그로인한 결과를 맛봐야 문제해결력이 단련되는 것이다. 동생이 장난감을 부쉈을 때, 화내고 소리지르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 이왕 무너진김에 다른 놀이로 전환을 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문제해결 전략을 세우고 수정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공부라고 한다.
《쥐돌이와 팬케이크》(나까에 요시오 글ㆍ우에노 노리코 그림, 비룡소)는 자신의 의도와 친구들의 요구가 다른 상황에서 지혜롭게 상황을 풀어가는 쥐순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답답하거나 안쓰러운 마음에 내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일이 많았다. 앞으로는 실패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해볼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해주어야겠다. 아이가 엉뚱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을 시도하더라도, 스스로 해법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자. 부모의 무한한 지지와 따뜻한 격려가 낯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를 키워줄 것이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는 최근에 읽은 육아책 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고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
우리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겪는 다양한 상황들을 잘 다루어놓았다. 나만 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도 이렇지!'하며 공감한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잘 대처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도 엄마가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상황들이 낯설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육아, 그림책에 묻다》를 펼쳐든다면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느낌이 들 것이다.
육아는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소통하고 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엄마, 두 사람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육아, 그림책에 묻다》는 그림책이라는 쉽고 편안한 소재를 통해 나도 아이도 함께 상황을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육아의 여정에 비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길이 비록 진창길이 될지라도 아이와 함께 손잡고 걸어가다보면 그 끝에는 반드시 무지개가 있을 것이다. 《육아, 그림책에 묻다》는 비가 오고 궂은 육아의 길을 걸을 때 든든한 우산과 장화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