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사생활
조우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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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과 함께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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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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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 사랑>은 판타지였다. 내게도 이런 세계가 있었더라면. 내 십대 시절에 고양이 귀 모양의 헤드폰을 쓰고 자기의 정원이 있는 로이가, 비틀즈를 사랑해 영국으로 이주한 히피 할머니가, 누군가를 쉽게 좋아해 감정이 헤픈 것 같다고 고민하는 딸에게 미워하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는 건데 뭐 어떠니.’라고 말해주는 아빠가. 우울해진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늘 단 것을 챙기는 아빠가 있었더라면.

 

인생에서 가장 용감한 사랑을 위해 함께 런던으로 떠난 사랑이와 솔이의 여정은, 여행 중에 만난 어른들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관대하고 느긋하게, 자신의 정원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가꾸는 것에 시간을 쏟는 단단한 어른들. ‘적당함이라는 것은 없다고. ‘적당하고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들의 감각을 놔버려도 된다고, 아니 그런 것 따위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와서야 사랑이와 솔이는 싱긋 웃는 미소에 첫눈에 반해버리는 일, ‘사랑에는 성별 따위는 중요치 않으며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사랑이와 솔이가 만나는 어른들의 세계가 내가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바라왔던 세계임을 알았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끝내는 스스로를 정상성의 세계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압박에 몰아넣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써버린 내 십대 시절이 떠오르자 나는 사랑이와 솔이가 정말 부러워졌다. 딱딱한 틀 안에 갇혀 너무 쉽게 판단하고, 너무 쉽게 상처 주던, 그래서 서른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맞고 틀리고의 정상성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고 마는 나는, <, 사랑> 속 세계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사랑이와 솔이의 사랑을 두 팔 벌려 안아준 어른들이 내게도 있었더라면, 하는 질투를 가득 안고.

 

사랑이와 솔이가 아빠를 찾아 도착한 런던 근교의 리틀 헤이븐. ‘파란 하늘, 노랗게 물든 키가 큰 나무, 붉은 흙길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고, 풀을 뜯는 양과 말도 보이는가을날의 풍경 속을 손을 잡고 걷는 둘의 여행을 함께하는 내내,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솔이와 사랑이가 서로가 있어야 할 자리를 마침내 알게 되고, 이별을 결심하는 그 순간에는 마음이 저릿했지만 나는 그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십대의 아픔이 뭔지도 모르고, ‘좋을 때다~’ 라고 뒷짐 진 채 감상에 빠져 아무 말이나 내뱉어버리는 어른들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냥 행복한, 따뜻하고 안온한 세계가 얼마 만이던가. 물론 그 속엔 서늘한 슬픔도 있고, 붉고 어두운 아픔도 있다. 솔이의 엄마는 사랑를 위해 가족을 떠났고, 아빠는 남았지만 솔이를 방치했다. 솔이는 아주 오랫동안 텅 빈 집에서 혼자 아빠를 기다렸다.

 

사랑이와 솔이는 사랑을 약속하고 런던까지 왔지만, 둘의 마음은 어긋난다. 사랑이는 솔이의 상처를 보듬지 못했다. 사랑이는 떠나고, 솔이는 남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져도 어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는 믿음이 있는 세계. 이 세계에서 이들은 끝내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고, 둘의 사랑이 이미 서로의 마음에 을 틔웠음을 안다. 그리고 그 싹은 자라 아름답고 단단한 나무가 될 것이다.

 

<, 사랑>의 문장들을 여러 번 읽고, 밑줄을 그으며 다짐했다. 소설 속에서 만난, 사랑이와 솔이가 서로를 껴안던 체온처럼 따뜻한 순간들을 잘 간직했다가 지방처럼꺼내어 쓰면서 관대하고 자유롭고 느긋한 세계를 만드는 어른이 되겠다고. 이제는 내가, 십대 시절 꼭 만나고 싶었던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할 차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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