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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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의 고유한 방법론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설득 작업과 연관된다. 그리고 설득은 일종의 증명 작업이라 할 수 있다.-14p

 

수사학은 각각의 사안과 관련해 거기 내재된 설득력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중략)

말로 신뢰를 주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은 화자의 성품과 관련되어 있고, 어떤 것은 청중의 심리 상태와, 어떤 것은 뭔가를 증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 자체에 관한 것이다.-17p

 

하지만 수사학은 판단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조언을 위한 연설도, 재판도 판단이 목적이다), 연설가는 자신의 연설이 뭔가를 입증하기에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만 신경 써서는 안 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보여주어 연설을 듣는 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107p

 

연설가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는데, 이는 청중이 어떻게 연설을 받아들이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223p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탐구하고, 이해하고 싶은 각자의 분야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그렇다.

기원전 존재했던 사람들이 남긴 업적이 21세기까지도 유효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정말 전율이 끼치는 일이다.

이 책은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수사학의 본질과 정의 그리고 논리에 해당하는 '로고스'를 다뤘다. '로고스'는 설득의 필요조건이다. 다시 말해 '로고스'만으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지만, '로고스' 없이는 상대를 설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어서 2권에서는 청중의 심리 상태인 '파토스'와 화자의 성품인 '에토스'를 다루고 있다.

설득하려는 사람에게 아무런 의욕이 없거나 그들의 심리 상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무리 주장을 펼쳐봤자 청자는 미동도 없을 것이다. 또, 진실성이 없는 화자라면 아무리 완벽한 논리를 펼친다 해도 그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3권에서는 문체와 배열 그리고 전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논리적인 옳고 그름만을 따진다면 증명 외에는 모두 주변적인 것일 뿐인데, 그 만으로는 청중을 설득시킬 힘이 부족하다. 어떤 식으로 설명하고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된다.

 

다음은 본문의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연설가를 신뢰하게 하는 요인에는 세 가지가 있다. 자기를 입증하는 것과는 별도로 남이 나를 믿게 하려면 현명함, 미덕, 선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말이나 조언에서 거짓을 행하는 것은 이 세 가지 전부 또는 일부가 원인이다. 즉, 사람들은 현명함이 없어 올바르게 생각하지 못하거나, 올바른 생각은 지녔지만 악해서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거나, 현명함도 있고 악하지도 않지만 선의가 없어 최고의 조언을 알면서도 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원인은 없다. 따라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연설가가 청중에게 신뢰를 받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08p'

 

수사학이라는 학문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대중연설을 기반으로 흐름이 이어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몇 가지의 정치 상황이 생각난다. 국민 투표로 당선된 정치인은 계속해서 국민과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누군가는 기원전에 깨달았던 진리와 묘하게 대조되는 현대 정치인들의 모습에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대목은 연설가 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신뢰관계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말에 힘이 있다고 느껴졌던 사람들은 대개 현명함, 미덕, 선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이유는 '선의가 없어 최고의 조언을 알면서도 해주지 않는 것이다.'에서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시사점을 안겨준 부분이다. 결국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한다는 것.

 

철학 입문자인 나에게는 이해하기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전반적인 틀을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두며 찬찬히 읽어나갔다. 개인적인 설득의 경험을 떠올려보며 개념을 정확하게 정립할 수 있었다. 2회독을 할 때에는 지도자의 덕목을 조금 더 생각하면서 읽어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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