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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프
장 줄리앙 지음, 손희경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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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줄리앙 #모던라이프 #modernlife #서평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대부분 무생물이에요. 내 의지대로 '있어 주어야 합당한 것'들. 조금은 차갑고 적막하죠.


그래도 유난히 아끼거나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시죠? 그 사물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요?

저는 있습니다.

화장실 변기 뚜껑에 눈을 붙였을때 확실히 친근감이 생겼거든요!

방청소를 위해 구입한 핸디 청소기에 눈모양 스티커를 붙였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오래 사용한 뒤 고장이 났을 때 지나치리만큼 마음이 아팠고요.

버리고 새로 구입해도 상관없었지만 수명을 다할 때까지 고쳐썼던 기억은 아무래도 특별하죠.


이처럼 장 줄리앙은 무생물의 서늘함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었어요. 동그란 눈에 길쭉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코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친숙함도 느껴져요. 익숙한 멜로디를 듣고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는 것처럼 그가 생명을 선사한 사물에 누구나 미소를 짓게 돼요.

어렸을 때 한번쯤 시도했을 법한 개구짐을

드로잉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구성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잊었던 동심과 미지의 감각이 되살아나거나, 적어도 건드려지는 느낌이죠!


책 모던라이프는 장줄리앙의 화집과 다름없어요. 설명은 전혀 없고요.

한장 한장 넘기며 즐기면 충분해요.

굳이 예술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거나 깊이있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맞추지 않아도 되고요.

눈앞에 나타난 이미지를 내 생각대로 풀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으로 작품의 이야기에 동참할수 있어요.


어느 페이지를 언제 어느 때 펼쳐도

기분좋은 유머와 따뜻한 이미지를 만날수 있어요😊

강아지 똥꼬만큼이나 귀여운 상상력이 가득한 책이에요🥰


#아트북스 #아트북스서포터즈 #그림책 #독서 #예술 #ddp전시 #드로잉 #그림읽기 #미술공부 #art #artbooks #미술감상 #작품감상 #슬로감상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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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 나이의 편견을 깨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리사 콩던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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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중년여성을 이르는 말로 본래 친족을 부를 때 사용했던 말. 

현재는 의미 가치가 떨어져 낮춰 부르는 말과 다름없이 쓰인다('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중).

이 책은 이 용어가 가르키는 연령대의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에게 보다 열중하는 사람들이다. 39살~90살에 이르는 여성들이 인생의 하반기에 '자기만의 독특한 선택'을 했던 내용을 작가의 독특한 인물 일러스트와 함께 담았다. 

어렸을 때는 나이 많은 사람, 아니 '나이 많은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어려서 내 미래를 상상하면 20대 후반의 나이에 멋지고 당당하게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스스로를 생각했을 뿐이다.

이후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늙고 나이든 내 모습을 상상하기 싫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누구나 나이가 들기 전에는 '그 나이' 를 사는 자신을 생각하기 어렵다. 10대나 20대가 주는 생생함이나 풋풋함 없이 어떻게 인생이 흘러갈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대중 매체에서는 어리고 멋지거나 잘생긴 연예인과 일반인이 가득 등장하지만 사람들은 나이든 그들의 얼굴에서 주름살을 찾으며 아무렇지 않게 '00도 많이 늙었네.'와 같은 댓글을 작성한다.

많은 창구에서 '나이 듦'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그려진다. 

하지만 과거 40대와 현재의 40대는 외모부터 다르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평균 수명이 40세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과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한 특혜로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루어, 누리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히 나이가 들고 인생을, 시간을 살아간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드거 샤인은 커리어닷개념에서 누구나 평생 추구하는 직업 가치관을 설명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다양한 커리어를 선택하는데 자신의 특성이 연계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 책을 읽으며 여자가 나이 먹으면 겪는 일들(p15)을 보며 두려워지고 

40대에 야외 활동을 하는 직업을 찾은 에밀리 킴벌과 

39살에 탄자니아 하프 마라톤을 뛰며 한계에 부딪힌 헤더 암스트롱의 에피소드를 보며 놀랐다.

무르익었다고 할 만한 나이에, 그들은 너무도 '자기다운' 결정을 그 나이에 했다.

흔히 생각하는, 3-40이 되면 새로운 삶은 끝이야. 식으로 낙담했던 이들은 꼭 이 책을 숙독(熟讀)해야 한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자신의 힘이 젊음이 주는 것, 즉 아름다움에 근거한다는 그릇된 믿음 때문이다.

나이 들어가는 일의 가장 좋은 점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안정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에 대해서도 관대해지고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 지에 대해서도 덜 신경쓴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더 관대해진다.

-우리는 매일 새로워진다 중 p100





이 책을 읽는 저만의 팁도 함께 나눕니다.

1. 책장을 열기 전 자신만의 '나이듦' 을 정의 내려본다.

10대라면 20대와 30대를, 

20대라면 30대와 40대를,

30대라면 40대와 50대를.

2. 자신이 정의 내린 나이에 해당 나이의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본다.

3. 현재 자신의 삶과 미래의 삶이 어떻게 바뀔 여지가 있을지 고민해본다.

4. 인물의 일러스트를 한 장씩 넘겨보고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본다.

이 책을 접한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아트북스서포터즈 활동으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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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감정과 위작 -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의 위작 사례로 본 감정의 세계
송향선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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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대표하는 대가들의 작품은 비싼 값에 거래된다. 삼성가의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수집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전문가의 확인만 받고 작품을 바로 구입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일반인들도 수집이라는 것을 한다. 메이커 운동화이기도 하고 의류이기도 하며 음향기기, 카메라, 피규어 등 끝도 없다.

보통 '진품'과 '짝퉁'을 구별하기 위한 매니아들 사이의 팁이 공공연히 공유되는데, 본 책은 미술품 '진품'을 향한 시도를 기록했다. 

수집한 물품을 당근이나 번개장터에서 사고파는 재미도 있지만 내가 빠져든 어떤 것을 모아두는 행위자체가 희열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수집가는 하나로 연결된다. 일종의 '덕후'다.


'미술품 감정과 위작'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작품의 위작 감정 사례를 소개한다.

이중섭의 '시장의 사람들(1950)'의 경우 안목감정이 한계가 있었으며 작품 출처가 위작판별에 중요한 요소였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화상협회 국장과 유족과 언론인이 모두 관련자다. 어쩌면 초기에 '위작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감정사가 받았을 부담이 매우 컸을지도 모른다.

결국 전시 이력과 소장경위를 확인하여 진품임을 결론내린다. 


흔히 작품을 앞면으로만 감상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뒷면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본 책의 '감정과정' 설명을 통해 진짜임을 판명하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단계가 필요하고 거쳐가는 인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장소와 전시기간, 주최,  협찬, 전시도록, 소장자, 서명과 생전에 작가가 사용한 액자였는지까지 감정평가의 기준이 된다. 

그림체와 붓터치 등 마티에르 자체가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수근 작가의 강력한 필체는 위작을 걸러내는 단연 중요한 관점이었다. 

기준작(진품)과 감정대상작을 나열한 페이지를 보면 '따라그리기'의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하다. 

배움을 시작하는 미술학도는 클래식 작품 중 대가의 그림을 모작하는 단계를 필수로 거치게 된다. 모작 수업시간에 나는 밀레의 만종을 그렸던 적이 있다.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끼리 '이렇게 그렸다가는 위작범도 못한다'며 낄낄거렸던 기억이 난다(당연히 위작도 수준이 나뉜다).


본서에서는 감정사례를 제시하고 사건은 다루지 않았지만,

천경자씨의 미인도 위작사건은 내게 매우 강렬하게 남은 '소동'이다.

작가의 주장조차 가볍게 누르고 30년이나 이어진 본 위작사건은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시에서 시작한다. 

천 화백은 해당 전시 작품이 위작이라고 선언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별도 감정과정을 거쳐 진품이라고 결론내렸던 사건.

이후 고서화 위작범이 자백까지 했음에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까지 합세해 작가와 유족의 주장은 끝내 묵살.

여전히 돌아가신 천화백님의 주장은 받아들여 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미인도의 다시 진품 여부를 논하게 되리라 믿는다.


아트북스서포터즈 활동으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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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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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해외연수를 목적으로 1년간 미국으로 떠난다. 쥐와 바퀴벌레가 없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도시, 뉴욕이다.

그녀가 미국에서 바닥을 볼 수 없던 폭력전과4범의 여성이나, 바람둥이 아저씨와의 만남을 시작하는 여행기는 '미국여행 유튜버, 충격적인 근황' 같은 썸네일 만큼이나 흥미롭다.

그림을 좋아하는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작품을 함께 소개하면서 자신을 투영한다. 더욱 매력있는 이유는 해당 작품들은 뻔히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그림이 아니다. 

글쓴이의 경험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러스트처럼 그림은 작가의 심정이나 상황을 떠올려보게 만드는 좋은 매개체다. 


이제까지 여행은 일상과 다른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라 생각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30개국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상황과 사람을 마주했다.

나는 현지에서 한달 이상 한곳에 머물렀던 적은 없지만 필자는 1년이다. 같은 곳에서 생활이라는 루틴을 반복하며 장기여행의 탈을 쓴 '삶'을 살았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여행을 하며 언제나 '나'와 함께 다녔다. 나는 나로서 이방인을 만났고 그들은 아시아 저쪽 어딘가에서 왔다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여행자로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방문한 손님으로 대한 것이겠지만 여행은 현지인들의 삶에 기대어 이어진다. 


'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 여부는 거대한 시민정신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인격 문제다-본문 중'

눈을 찢은 흉내, 함부로 팔짱을 끼고 어깨동무를 하는 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레스토랑에서 문가쪽 좋지 않은 자리를 주거나 일부러 주문을 늦게 받는 경우는

여행 유튜버가 아니라도 해외 자유여행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한두번 경험하기 마련이다. 

태국에 갔을때 유명한 루프탑바에 갔다가 주문한 것이 아닌 음료를 서빙받고 항의했던 적이 있다. 

꽤 서툰 영어로 컴플레인 하는 나에게 결제 금액보다 한참 낮은 가격의 펀치를 제공하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던 직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대부분 자신이 경험한 나라이고 그 나라는 넓은 나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본문 중'

그래도 다시 태국을 가고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똠양꿍 매니아인데다가 태국 망고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태국 음식점에서 만난 직원들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줄을 서서 사진 촬영 제의를 했다는 기억 덕분이기도 하다. 


'아트페어에서 공평함이란 없어요'

올해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프리뷰 티켓가격은 16만원이었고 하루 입장권은 5만 5천원이었다.

예술의 전당의 전시가 일반적으로 1만 5천원에서 2만원 선이며 일반 뮤지컬 티켓 중 vip석이 18만원 정도 된다고 봤을때에도 꽤 비싸다.

아트바젤 기간에 맞춰 홍콩으로 여행갔던 2019년도, 5억이 넘는 부스 출품비용 덕분에 '잘 팔릴 만한' 작품만 가득 찼더랬다. 

당시에 느꼈던 실망감때문에 국내에서 프리즈를 진행한다는 기사는 무척 반가웠다. 

혹자는 문화예술 향유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얘기하지만 동시에 업계 관계자들은 사람이 직접 등장해 극을 채우는 방식이라 비용을 낮출수 없다고 말한다.

작품의 수준이나 감상자의 시각은 차치하고라도 결국 향유자는 애초에 정해져 있다.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술이든, 뮤지컬이든 문화예술이라는 케잌은 가치로우며 화려하다. 하지만 '아트 비즈니스의 세계는 비정한 시장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즐기면 되는 일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걸까-본문 중'

저자는 헬스클럽에서 줌바댄스를 배우며 무아지경으로 춤을 췄다.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다. 춤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갔던 동료들 덕분이었다.

(내용 속 저자는 매우 적극적으로 문화를 즐기려 애쓰며 매우 성실한 학습자다!)

흔히 인터넷 속에서 일반인인데도 유명해진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진위를 의심하는 글을 꽤 많이 목격한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에 열중했고 그것을 글이나 그림이나 영상으로 특정 플랫폼에 '꾸준히' 게시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많은 사람들은 결과에만 집중하고 과정은 논외로 하는 우를 범한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안티도 생긴다. 모든 사람이 나를 만족할 수 없듯, 내가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도 없다.

지금 할 수 있다면 하면 된다. 즐겁다면 더욱 몰입하면 된다. 이 세상에 '길'은 수없이 많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라면 내가 직접 걸으면 된다.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내'가 나로서 존재함을 느끼기도 썩 나쁘지 않을 것이다.


꽤 재밌는 글이다. 여러 책을 펴낸 저자의 글솜씨에 그저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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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인생수업 -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동섭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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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고 열정넘치는 모험술사 빈센트


한국에서 유난히 빈센트 반 고흐는 인기가 좋다. 

예술계 네임드 중에서도 네임드라 그의 이름을 걸어놓으면 관람자를 모으는데 크게 어렵지 않다.

그의 이름을 건 전시는 클래식 형태에서 미디어 아트, 체험전시, 최근에는 향기를 주제로 한 레프리카 형태도 있었다.

한때 화상(그림을 판매하는 상인) 테오의 형으로만 생각했던 당시 예술인들은 그를 그다지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고흐는 자신을 화가라 명명하고 꾸준히 그림을 팔러 예술인 모임에 참석했지만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한때 인정받는 화상으로 길을 계속 걸을 뻔 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에게 지나친 설득을 넘어선 강요를 하는 그는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나길 원하지 않는 외골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빈센트는 친구로도 두기 싫은 타입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집요하게 추궁하고 그것을 강요하며 급기야 비난까지 한다면...(만약 그게 정치적인 내용이라면 ㅋㅋㅋ)

흔히 동화나 위인전에서는 주인공을 착하고 선하며 올바르게 묘사한다. 보통 이런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이들이 위인이라는 이유를 댄다.


반 고흐 인생수업 책에서는 위인이 아니라 자기 삶을 솔직하게 살아갔을 뿐인 남자가 경험하고 그렸던 이야기로 저자의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빈센트의 삶과 그림을 근간으로 예술인문학자 저자의 자서전이기도 한 액자식 구성이다. 


빈센트는 멋지고 훌륭한 인생을 산 인물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유제니)가 불쾌해 할 정도로 지나치게 사랑을 고백하며(심지어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한참 연하인 여성임에도)

집까지 쫒아가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려 한다. 나라도 무서워서 도망갔겠다 생각하며 읽으니 진짜로 그 여성(케이)도 같은 생각이었더라.

직장도 여러번 때려치웠다. 남들이 보면 '좀 참고 일하지' 했을 법한 상황은 '빈센트 반 고흐' 대신 지금을 사는 청년 누구의 이름을 적어도 비슷한 느낌일게다.

그는 골치아픈 가족이었다. 아버지와 관계는 물론이고 가족들은 그의 소식을 들을때면 '우리 빈센트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하고 가슴을 졸였다. 

평생 동생 테오에게 돈을 받아 생활했고 어떨때는 적게 준다며 그를 원망하기도 했다. 염치없고 뻔뻔해서 기가 찬다.

그는 생전에 작가로서 인정받은 삶을 살지 못했다. 돈이 없어 일년에 7차례 정도만 제대로된 식사를 할 정도로 곤궁했다.

사랑에도 여러번 실패했고 가족들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민폐가 가득한 인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레어한 삶을 살았기에 오히려 빈센트에게 역으로 호감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사세를 사는 대단하고 빛나는 인물의 이야기보다 방송프로그램 'Y'나 인생극장에 나오는 이야기에 더욱 깊이 공감한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족할 만한 결정을 내려온 빈센트는 자신의 삶에서, 적어도 화폭에서만큼은 스스로에게 솔직하려 애썼다. 


확실히 꿈틀거리는 필체가 생생하게 흐르는 화폭에서, 빈센트는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이다. 

빈센트를 떠올리는 우리 모두는 머릿속에서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을 가득 매운 그의 붓터치를 떠올린다.

캔버스에서 살아 숨쉬는 빈센트의 질감은 극적이고, 그의 인생의 마티에르도 그만큼 거칠다.


인간 빈센트의 인생을 톱아보며 삶의 기로에 내가 내렸던 결심과 상황을 떠올린다.

타인이 보기에 좋은 삶이 아니라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묻는다.

우리모두의 생에 정답은 없다. 

내가 행복할수 있는 지금의 선택이 결국 너답고, 나다운 살아감으로 귀결되리라 믿는다. 




아트북스서포터즈 활동으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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