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해외연수를 목적으로 1년간 미국으로 떠난다. 쥐와 바퀴벌레가 없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도시, 뉴욕이다.

그녀가 미국에서 바닥을 볼 수 없던 폭력전과4범의 여성이나, 바람둥이 아저씨와의 만남을 시작하는 여행기는 '미국여행 유튜버, 충격적인 근황' 같은 썸네일 만큼이나 흥미롭다.

그림을 좋아하는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작품을 함께 소개하면서 자신을 투영한다. 더욱 매력있는 이유는 해당 작품들은 뻔히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그림이 아니다. 

글쓴이의 경험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일러스트처럼 그림은 작가의 심정이나 상황을 떠올려보게 만드는 좋은 매개체다. 


이제까지 여행은 일상과 다른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라 생각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30개국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상황과 사람을 마주했다.

나는 현지에서 한달 이상 한곳에 머물렀던 적은 없지만 필자는 1년이다. 같은 곳에서 생활이라는 루틴을 반복하며 장기여행의 탈을 쓴 '삶'을 살았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여행을 하며 언제나 '나'와 함께 다녔다. 나는 나로서 이방인을 만났고 그들은 아시아 저쪽 어딘가에서 왔다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여행자로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방문한 손님으로 대한 것이겠지만 여행은 현지인들의 삶에 기대어 이어진다. 


'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 여부는 거대한 시민정신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인격 문제다-본문 중'

눈을 찢은 흉내, 함부로 팔짱을 끼고 어깨동무를 하는 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레스토랑에서 문가쪽 좋지 않은 자리를 주거나 일부러 주문을 늦게 받는 경우는

여행 유튜버가 아니라도 해외 자유여행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한두번 경험하기 마련이다. 

태국에 갔을때 유명한 루프탑바에 갔다가 주문한 것이 아닌 음료를 서빙받고 항의했던 적이 있다. 

꽤 서툰 영어로 컴플레인 하는 나에게 결제 금액보다 한참 낮은 가격의 펀치를 제공하고는 당당한 표정으로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던 직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대부분 자신이 경험한 나라이고 그 나라는 넓은 나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본문 중'

그래도 다시 태국을 가고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똠양꿍 매니아인데다가 태국 망고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태국 음식점에서 만난 직원들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줄을 서서 사진 촬영 제의를 했다는 기억 덕분이기도 하다. 


'아트페어에서 공평함이란 없어요'

올해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프리뷰 티켓가격은 16만원이었고 하루 입장권은 5만 5천원이었다.

예술의 전당의 전시가 일반적으로 1만 5천원에서 2만원 선이며 일반 뮤지컬 티켓 중 vip석이 18만원 정도 된다고 봤을때에도 꽤 비싸다.

아트바젤 기간에 맞춰 홍콩으로 여행갔던 2019년도, 5억이 넘는 부스 출품비용 덕분에 '잘 팔릴 만한' 작품만 가득 찼더랬다. 

당시에 느꼈던 실망감때문에 국내에서 프리즈를 진행한다는 기사는 무척 반가웠다. 

혹자는 문화예술 향유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얘기하지만 동시에 업계 관계자들은 사람이 직접 등장해 극을 채우는 방식이라 비용을 낮출수 없다고 말한다.

작품의 수준이나 감상자의 시각은 차치하고라도 결국 향유자는 애초에 정해져 있다.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술이든, 뮤지컬이든 문화예술이라는 케잌은 가치로우며 화려하다. 하지만 '아트 비즈니스의 세계는 비정한 시장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즐기면 되는 일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걸까-본문 중'

저자는 헬스클럽에서 줌바댄스를 배우며 무아지경으로 춤을 췄다.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다. 춤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갔던 동료들 덕분이었다.

(내용 속 저자는 매우 적극적으로 문화를 즐기려 애쓰며 매우 성실한 학습자다!)

흔히 인터넷 속에서 일반인인데도 유명해진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진위를 의심하는 글을 꽤 많이 목격한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에 열중했고 그것을 글이나 그림이나 영상으로 특정 플랫폼에 '꾸준히' 게시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많은 사람들은 결과에만 집중하고 과정은 논외로 하는 우를 범한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안티도 생긴다. 모든 사람이 나를 만족할 수 없듯, 내가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도 없다.

지금 할 수 있다면 하면 된다. 즐겁다면 더욱 몰입하면 된다. 이 세상에 '길'은 수없이 많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라면 내가 직접 걸으면 된다.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내'가 나로서 존재함을 느끼기도 썩 나쁘지 않을 것이다.


꽤 재밌는 글이다. 여러 책을 펴낸 저자의 글솜씨에 그저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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