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페미니즘 - 여성의 시각으로 영화를 읽는 13가지 방법
주유신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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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뜨거운 감자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일 것이다. 미투 운동의 여파로 각 계에서 일어난 성추행, 성폭력의 폭로가 SNS, 뉴스, 신문, 실시간 검색어 등을 뒤덮고 있다. 지금 현재까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미투 폭로들은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변화의 하나로 많은 사람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히 페미니즘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도 그러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 현재에도 여전히 인터넷이나 뉴스 그리고 주위에서 종종 페미니즘이 언급되고 있다. 이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부터였다. 그 후로 페미니즘, 메갈,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등 그러한 많은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검색하면 정확한 뜻은 나오지 않고 그저 일방적이고 악의로 똘똘 뭉친 악성 댓글 천지였다. 그러한 댓글들을 적은 사람들도 그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그래서일까. 그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안 좋은 의미이구나 하고 그렇게 인식해버린다. 그 후로 페미니즘은 밖에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하고 위험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몇 년 전 사건과 올해 초 일어난 미투 사건으로 페미니즘에 관한 내 관심은 절로 높아졌다. 하지만 관심만 있을 뿐 페미니즘이 무엇이며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찾아 읽어 볼 기회를 노리던 중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소포에서 이 책을 꺼냈을 때 감상은 당혹감이었다. 그 이유는 무려 496쪽이나 되는 읽어보기 무서운 두꺼운 책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 무엇이며 제목처럼 단순히 여성의 시각으로 영화 보는 법을 제시하는 책인 줄 알았다. 예상은 맞았지만, 이 책은 13가지 대단원으로 구성된 논문이다. 그래서 낯선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려는 입문자들에게 불친절한 설명이 이어지는 즉, 접근하기 어려운 책일 수 있다. 나도 처음으로 읽은 페미니즘 책이 이 책이라서 읽는 내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어려웠다. 결국, 책에 표시하고 밑줄 그으면서 정독했다. 책을 사면 새 책 그대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강해 교과서나 문제집, 전공 책이 아니면 밑줄을 긋지 않는다. 그런 철칙이 있던 나에게 그 철칙을 깨부순 책이다. 그만큼 읽기 어려워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읽었다.

 

 

 

 

  

위의 사진(목차)을 보다시피 페미니즘의 역사와 변화, 해외와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비교, 작가가 바라본 몇몇 영화들을 시대별로 분석한 글 그리고 작가가 말하는 우리나라 매체 속 여자들의 모습을 비판한 글 등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스스로 시네 페미니스트 1세대라고 말한다. 실제로 글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영화를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다. 읽다 보면 중간중간 글이 두서없다는 느낌을 받지만, 다시 차근히 읽어보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일반 대중이 바라보는 즉, 남성의 시각으로 보기 요구하는 한국 매체(영화)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제시한다. 단순히 여성의 시각으로 영화를 읽는 방법이 이 글의 핵심은 아니다. 작가는 그 방법을 제시하기 전 1장부터 2장까지 그리고 몇몇 장에 페미니즘의 정의와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의 구분 그리고 페미니즘의 역사와 흐름을 말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양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지만 페미니즘이 어떠한 것인지 간략하게 알기에는 이 책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에 관한 문제가 사회에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진지하게 바라보고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가는 이 책에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넣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듯이 글이 두서없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관한 설명뿐이었으면 지루했을 이 글에 영화를 집어넣었다. 영화는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콘텐츠이다. 과거에는 글자를 이용해 신문이라는 수단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오늘날에는 영상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를 접목해서 분석함으로써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영화 대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에서 알려준 관점과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수많은 책이나 글을 읽는 것보다 책에서 언급한 몇 편의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들도 책에서 알려준 방법으로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영화에서 수많은 여성이 등장하고 또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진정한 모습여성 자신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역설을 드러내는 동시에 여성들은 바로 남성이 만들어낸 자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관객의 위치에만 주로 머물러왔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영화의 역사를 놓고 보자면, 여성들은 영화 속의 이미지나 영화 관객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소외나 대상화 그리고 수동적인 소비자의 역할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를 정치적, 미학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남성적 무의식에 대한 동조이자, 여성에 대한 억압과 가학적인 폭력을 통해서 남성 주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하는 유혹에의 굴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의 성이라는 것 자체가 결코 젠더 중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남성 중심적 소영웅주의의 서사를 전개하면서 남성들의 공연이 되는 동시에 여성들은 주변화되거나, 대단히 비 성찰적이고 단순논리적인 차원에서 남성이 돌아가야 할 고향으로 은유화 될 뿐임이 이미 지적된 바 있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개인의 취향보다는 절대적 다수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한국 사회의 방어적 집단주의와 우리도 할리우드만큼 할 수 있다는 맹목적인 열기 이면의 문화적 민족주의를 원동력으로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젠더 관계나 성차를 정의하는 데에서도 여성적인 것이 만들어내는 차이위협을 타자화하거나 무력화시킴으로써 남성적 판타지를 철저하게 채우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속 무의식은 온갖 종류의 역사적 시련과 그에 따른 개인적인 상처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는 행위와 앎 그리고 전능함과 주체의 위치를 부여하는 반면 여성에게는 주변화 즉, 쉽게 잊히는 무력한 희생자와 대상의 위치를 부여한다. 앞의 인상 깊은 글에서 이를 정치적, 미학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남성적 무의식에 대한 동조이자, 여성에 대한 억압과 가학적인 폭력을 통해서 남성 주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하는 유혹에의 굴복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그런 의문이 생기지 않도록 자라왔다. 실제로 천만을 돌파했다는 우리나라 영화를 보아도 남성 주인공은 당연히 주목받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어느새 여성은 잊혀간다. 해외에서도 영향력 있는 상을 받은 영화 대부분이 남성 중심적이지만 여성이 주체를 갖고 전개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러한 변화를 보면 점점 변화할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다소 느리게 보인다.

 

 

아까부터 페미니즘에 관해 얘기했는데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동성애와 십대에 대해서도 이 책 속에 다루고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영어로 feminism이라고 해서 라틴어 페미나(여성을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핵심은 남녀 평등주의라고 볼 수 있다. 페미니즘의 의미를 살펴보면 남녀 간의 성차별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차별을 반대하고 남성과 동등한 인권을 가지고 기회의 평등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인 운동을 말한다. 미투 운동의 시작이 되는 기본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페미니즘은 다양한 부분까지 확산하였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흑인 페미니즘, 여성과 아이들이 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인 가정 페미니즘, 여성 인권을 자연에까지 확산시킨 에코 페미니즘 등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추구하는 인권 운동으로 퍼지고 있다. 기원은 여성에서 나왔지만,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페미니즘은 여성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과 편견과 차별을 당하는 모든 사람을 아울러 인권을 지키려는 운동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동성애자와 십대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는 모순과 차별,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상처받고 상처를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많은 시련을 겪어왔지만, 그때마다 모두가 힘을 모아 혁명을 일으켰고 조금이나마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평등과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남성)들은 여성과 장애인, 십대, 아동 그리고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대해 침묵하고 회의적이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평등이자 인권일까. 평등을 위해 신분제 폐지를 주장했던 운동과 대통령 직접 투표권을 얻기 위해 벌였던 운동 등 모두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조금씩 사회는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이다.

 

 

종종 과격한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그들은 여성주의를 넘어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며 남성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은 여태껏 당해왔던 상처를 그 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그들은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그들도 엄연한 페미니스트이다. 페미니즘의 역사와 흐름을 보면 페미니스트도 다양한 파가 있다. 그 안에서 빠른 변화를 바라 결국 과격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페미니스트들이 있는 것이다. 나는 페미니즘 운동에 찬성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기 바란다. 하지만 상처밖에 주지 않고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는 그러한 페미니스트 운동은 나도 반대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움직임과 운동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시행착오 과정으로 과격한 움직임이 나오고 강한 거부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지만 앞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우리가 모두 상처받지 않는 사회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 변화가 한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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