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7 - 슈만·브람스, 열정 어린 환상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7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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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딜레마를 겪을 것이다: 클래식을 좋아한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클래식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나는 클래식 작곡가 중에서는 차이코프스키를 가장 좋아하고 그가 작곡한 곡을 열 개 정도 말할 수는 있지만(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eugene onegin op.24이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어릴 적 피아노를 배웠을 때는 쇼팽의 에튀드는 어렵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웠고(어렸을 때는 그가 작곡한 mazurka bb major op. 7-1를 치는 걸 가장 좋아했다), 이상하게 모차르트보다 바흐의 푸가를 잘 쳤던 기억이 난다.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특히 낭만주의 시대를 살아간 음악가인 슈만과 브람스를 다룬 7권은 낭만주의를 상징하는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를 사랑하는 나에게 클래식을 알아갈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선사해주었다.

우리는 아마 슈만의 음악은 트로이메라이traumerei를 통해 접해봤을 것이다. 브람스의 경우, 헝가리 무곡hungarian dances no.5 in g minor 혹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로 알려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서(실제로 그 작품이 쓰여졌을 당시 프랑스 사람들에게 브람스의 음악은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슈만의 아내이자 또 다른 음악가였던 클라라를 둘러싼 우정과 사랑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뗄 수 없는 관계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온 이 책으로 이해하기 쉽게 초보자에게 선사되며, 음악을 감상하며 읽을 수 있도록 큐알코드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두 사람의 생애와 성향, 음악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기에 이 책은 더없이 친절하고 좋다. 이 시리즈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클래식을 처음 접하거나 본격적으로 알아가기 시작하기 위한 초보자를 위한 배려심이 담뿍 묻어나온다. 두꺼운 페이지가 자칫 독자를 주춤거리게 만들지는 몰라도, 텍스트 크기가 크고 사진자료와 편지, 그리고 일러스트와 큐알코드 등 다채로운 자료가 담겨있기 때문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은 낭만주의 음악 외에도 배경 지식이 될 수 있는 '낭만주의'를 친절한 시각으로 다루고 소개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줄거리와 제목의 해석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우리가 이미 알 법한 그림인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등을 제시하면서 낭만주의의 명암과 모순을 설명한다. 또한, 낭만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를 소개하기 앞서 한 명의 음악가를 더 소개한다. 바로 슈베르트이다. 슈베르트는 '낭만주의를 연 음악가' 로 책에 소개된다(슈베르트의 마왕erlkonig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책에서는 슈베르트가 쓴 가곡을 설명하면서 '장3도' '단3도'와 같은 개념과 괴테와 하이네와 같은 서정시인도 함께 소개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대화가 발랄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로(때로는 지은이인 민은기 교수의 말로, 때로는 가사나 음악가가 남긴 말로)펼쳐진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본격적으로 슈만의 얘기로 들어서면서 책은 슈만의 일생을 자세히 다루면서, 그가 가진 음악의 열정 및 괴로움, 그리고 우울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챌 수 없는, 코드를 이용한 말장난을 자세히 상술하기도 한다. 뒤이어 슈만과 클라라의 낭만적이고, 어찌 보면 애타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예스러운 말씨는 왜 그토록 간절하고 아름다운지!), 슈만의 슬픔과 괴로움이 뒤따른다. 이 무렵, 막 청년이 된 브람스가 무대 위로 등장하게 된다.

한 명의 청년이 존경하던 음악가를 만나 극찬을 받는다는 이야기만큼이나 벅차오르는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브람스는 슈만의 인정을 받고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반면, 슈만은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몸이 쇠약해진 슈만을 대신해 브람스는 가정을 지키고 레슨을 시작한 클라라를 돌보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 과정에서 브람스는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저자는 브람스가 클라라를 향한 마음을 '이상'으로 남겨두었다고 말한다). 클라라는 연주자로서 크게 성공을 거두나 여러 고민에 부딪치게 되고, 브람스는 클라라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이때, 브람스는 성공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을 이끌어 줄 슈만이 부재하게 된 상황에서 고민하던 그는 바흐를 롤모델로 삼아 음악만을 바라보며 고독하게 살아갈 것을 결심하게 된다. 슈만 사후 브람스는 클라라를 떠나 바흐와 같이 대위법을 공부하고 캐논, 푸가와 같은 바로크 양식의 곡을 쓰기 시작하고, 베토벤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기도 한다.

브람스는 이후에도 독특한 길을 묵묵히 걷는다. 그는 사람들의 주목으로부터 멀어진 '실내악'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심지어 전통적인 실내악인 '현악 4중주'가 아닌 피아노, 혹은 호른을 포함한 다른 구성으로 곡을 쓴다. 브람스는 곧이어 성공을 거둬 수많은 합창곡을 써 내기도 하고, <교향곡 1번> op.68과 <교향곡 2번> op.73은 그에게 세계적인 음악가라는 명성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이 책은 브람스의 상반된 두 곡인 <대학 축전 서곡>과 <비극적 서곡>에 대해 서술하면서 현대 음악사에서 뺄 수 없는 두 지휘자인 번스타인과 카라얀을 비교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말년의 브람스를 설명하면서 이 책은 브람스의 특징을 '과거를 소환하는 것'이라 말한다. 브람스는 과거의 양식을 빌려와 오히려 파격을 선사하는 작곡가이다. 브람스는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에 매료되어 은퇴를 번복하는 등 '파격'을 사랑하는 작곡가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슈만과 브람스를 각각 '문학적인 음악가'와 '보수적인 개척자'라 칭했다. 두 사람의 인생과 인연과 곡은 낭만과 슬픔으로 얽혀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음악가를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안는다. 이 책은 낭만주의의 아름다움과 그 뒤에 얽힌 슬픔, 그리고 작곡가들이 부딪친 삶을 세세히 그려내면서도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핵심 독자층을 위한 배려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악보와 코드, 그리고 악기가 소리를 내는 구조까지 섬세히 그려내는 이 책을 보면 누구라도 클라라를 포함한 세 음악가에게(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멘델스존, 슈베르트와 같은 조연들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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