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
이정훈 지음 / 비엠케이(BM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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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2학년 때, 한 친구가 교실에 플라톤의 「국가론」을 들고 온 적이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독서하는 모습이 퍽 멋져 보였다. 중학생 수준에 저 정도 책은 읽어야 하는 걸까?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오래전부터 오빠방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를 꺼내들었다. 솔직히 독서보다는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행위에 가까웠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종'이 뭔지, 무엇을 위해 울렸는지 파악이 안 됐다. 그저 그놈의 고전 하나를 해치웠으니(수두룩 빽빽한 활자와 자간에서 오는 피로감을 꾹 참았으니) 어쨌든 좀 더 똑똑해졌겠지(인내심은 늘었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학전집 50권 중 단 2권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처분해야만 했다.



내 독서의 실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어려운 고전' 위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해본다. 그때는 엄청난 깨달음이나 지식을 얻어야지 독서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야지 수능 국어영역의 심화문제를 잘 풀 수 있고, 자소서를 매끄럽게 쓸 수 있으며, 면접에서 대답을 잘할 수 있을 테니. 자연스레 책 읽기는 부담스러운 행위로 각인되었다. 해야는 하는데, 하기 쉽지 않고, 안 하면 안 되는. 의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사이클을 돌았다. 그러다 20살이 넘어서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를 읽고 나서야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했다. 지적 수준이 높아진다는 그런 고고한 이유 말고 순전히 재미라는 동기로 책장을 넘겼다. 간접경험으로 인한 공감능력 향상은 덤. 그때부터 책을 찾기 시작했다.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은 언뜻 보면 가벼운 비법서처럼 느껴진다. 속독법이라든지, 핵심 내용만 쏙쏙 빼먹는 요령을 알려주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소독(少讀)은 방법보다는 정신에 가깝다. 적게 읽음으로써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독서노트를 작성하는 법 뿐만 아니라 어떻게 글을 쓸 것인지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독서를 통해 주관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로 나아간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책을 읽어 체득할 것인가. 결국, 공 들인 독서가 통찰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다독 강박증에 걸린 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소독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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