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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평범한 가족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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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목사가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 거짓을 말하고

법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변호사는 구치소에 딸을 보내야 하는 끔찍한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박에 가까운 일을 벌인다.


이 모든 일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벌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물들이 자신의 가치관, 신념들을 거스르면서 겪는 혼란과 감정 서술이 읽어본 스릴러 중에서 손에 꼽을만큼 좋았다. 


작가가 인물들의 직업 설정을 기가 막히게 했는데 목사와 변호사라는 진실에 가까운 그리고 가까워야만 하는 업을 가진 인물들이 딸을 지키기 위해 거짓과 은폐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심지어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속이는 모습이 인물들의 딜레마와 모순을 더 극대화하는 장치가 되었다.


가끔 꿈에서 현실에서 벌어지면 절대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다가 잠에서 깨면 엄청난 안도감이 밀려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너무 세세한 묘사 덕에 엄청나게 몰입을 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게 평범한 것' 이 책을 다 읽고 떠오른 한 가지 문장


올해 넷플릭스 TV시리즈로 공개가 된다는 데 아버지 아담을 보면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그로프 교장이

딸 스텔라는 <빌어먹을 세상따위> 앨리사가, 어머니 울리카는 <굿 걸스> 시리즈가 생각났다.

어떻게 제작될지 너무너무 기대되는 <거의 완벽한 가족> 넷플 시리즈 !! 


너무너무너무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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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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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비가 오는 날 새벽, 딸 리타가 종탑에 목을 메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레나는 절대 자신의 딸이 자살했을리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 이유는 비가 올 때면 종탑이 번개를 불러 온다고 생각해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신체 건강한 사람에게도 버거운 가까운 사람의 죽음

심지어 딸의 죽음을 겪게 된 엘레나는 망할X 파킨슨병까지 앓고 있다


나이 많고 병까지 앓고 있는 엘레나의 말은 경찰도, 신부도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대체 딸의 죽음에 엄마만큼 간절하고 참담한 심정인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그는 기차역으로 향한다


20년 전 자신에게 은혜를 입은 이사벨을 만나기 위해 그래서 딸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풀기 위해


기차는커녕 약이 없으면 한발짝 떼는 것조차 힘든 엘레나에게는 딸이 없다는 사실도 크나큰 상실감을 가져다 주지만 리타의 부재로 인해 생겨난 삶의 무게가 역시 무겁게 다가온다


어렵게 찾아간 이사벨에게서 들은 충격적인 진실..


(느낀점)

세상의 모든 불행이 자신에게 찾아오고 있다는 기분

그리고 그 불행을 이겨낼 힘이 자신에게 있을까 하는 두려움

옳다고 믿은 자신의 신념이 타인에게 옳지 않은 방향의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


이 모든 감정들을 엘레나의 하루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구체하고 상세한 심리 묘사로 인물과 감정동기화가 되는 듯한 느낌, 독서를 통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아닐까


주인공 세 명 모두 참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다. 엘레나, 리타, 이사벨. 그들의 인생을 곱씹으며 책을 덮었다.


​엘레나 리타 이사벨 이 세사람 각각 그리고 유기적으로 얽힌 비극적 서사와 ‘애증으로 점철된 가족관계‘(from 비채 편집 후기글)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관계 중 가장 고난도인 관계, 가족 관계임을 다시금 느끼며....


여성 서사, 가족 서사 거기에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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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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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나는 스릴러를 즐기지 못하며
괴담도 무서워서 <심야괴담회>는 절대 못 보고
공포영화는 10년 전에 ‘강제로’ 본 <미확인 동영상>인 사람인데

이 책은 읽으면서 엄청 무섭지는 않았다 되려 결말이 궁금해서 빨리빨리 읽으려고 했던 편인데 내 기준 엄청 소름돋는 반전이 있지는 않았지만, 복선과 회수가 꼼꼼하고 등대라는 배경에서 오는 숨막히는 공포감은 확실했다

읽는 내내 작가가 등대와 등대지기에 관한 자료조사를 엄청나게 했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인문교양서에도 뒤지지 않는 방대한 지식을 자랑한다는 옮긴이의 말이 공감됐다
추리소설을 읽었는 데 마치 교양서를 읽은 듯한 느낌

비단 등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패전 후 일본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의 모습이 그 때의 시대상을 잘 담아내지 않았나

앞으로 어디선가 등대를 볼 때마다 이 책이 떠오르겠다

화분을 볼 때면 <브로콜리 펀치>가 생각나고 젤리를 볼 때면 <보건교사 안은영>이, 습지를 걸을 때면 칵테일, 러브, 좀비의 <습지의 사랑>이 떠오르는 것처럼

이제 등대를 볼 때면 <하얀 마물의 탑>이 떠오르겠다 싶었다


4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이틀만에 후루룩 읽었으니
읽기 어려운 책은 절대 아니다

만약 내가 괴담을 좋아한다? 일본 특유의 축축한 감성을 좋아한다?
무조건 츄라이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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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in 상하이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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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작가의 <도미노>에 이은 <도미노 in 상하이>
‘패닉 코미디’ 장르의 책은 처음이라 신선도 ⭐️⭐️⭐️⭐️⭐️점
전작은 못 읽어봤는데 이렇게 후루룩 읽히는 책이라면
<도미노>를 안 읽을 이유가 X

​제주 한달살기하는 데 꾸역꾸역 가져와서 읽었던 도미노 in 상하이! 이런 책이라면 짐 늘린 데 후회 없다

진짜 ⭐️대환장파티⭐️ 라는 말이 찰떡인게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 싶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분명 텍스트를 읽었는데 에에올 수준으로 컬러풀하게 느껴질 정도

중국 상하이의 호텔 ‘청룡반점’에서 일어난 보물 ‘박쥐’를 둘러싼 좌충우돌 우당쾅쾅 추적(?) 코미디라고나 할까요

”그제야 험악했던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역시 음식에 얽힌 원한은 무섭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책 중간 중간 이렇게 내 취향을 저격하는 서술에 정신 못차리며 읽었다
작가님의 유머 코드가 나랑 제대로 맞아버렸음~~

<인상깊은 구절>
117p. 대체로 불행한 사고란 설마 하는 우연이 도미노처럼 연쇄한 결과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 장편을 좋아하고 감정소모가 심하진 않지만 푹 빠져서 페이지 넘어가는 줄 모를만큼 재밌게 책을 읽고 싶다!

떡밥과 회수가 완벽한 책이 읽고 싶다!

각 인물들의 시점을 다양하게 서술한 책이 읽고 싶다!

강추⭐️⭐️⭐️⭐️⭐️ 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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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이나 물건들을 잔뜩 쌓아두고 파는 시장에 가면 묘한 기분이 든다. 대체 이 많은 물건들이 다 어디서 왔고 어떤 사람들을 거쳐서 여기에 이렇게 모인건지. 제각각 갖고 있을 작고 큰 이야기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 자전거를 찾는 건지 아버지를 찾는 건지 모르겠는 청의 기나긴 여정에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이야기. 우연과 우연이 쌓여서 인연이 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그 세상 만물이 다 모여있는 듯한 시장에 갈 때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대만에서 태어나 대만의 역사를 잘 알고 대만 방언과 국어에 능통한 사람이었다면 이 책을 더 온전하고 풍부하게 감상했겠지만 아쉽게도 난 한국인이라서 주인공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 점에선 너무나 아쉽지만 이야기 자체가 워낙 촘촘하고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이 책이 영화로 나온다면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이야기, 전쟁의 이야기, 동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자전거의 이야기가 잘 땋은 머리처럼 결결이 엮여서 나온다. 잠시라도 정신 놓고 대충 읽다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금방 놓쳐버려서 몇 페이지씩 뒤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된다. 장편 소설 입문으로 읽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긴 호흡으로 하나의 세계관을 읽고 싶다면 정말 추천이다. 책 읽은 느낌이 나게 해주는 책이다.

156p. 그는 내게 인간에게는 원래 무언가를 수리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며, 직접 수리하는 행위는 사물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온전히 기능하는 스스로의 몸에 대한 경의의 표시라고 했다.

211p. 그날 중화상창으로 돌아오는 길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길이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육교로 올라가,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역으로 꺾어져 들어오는 기차를 내려다보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 같았다. 손바닥을 통해 한 사람의 절망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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