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천자잉 지음, 이지은 옮김 / 사람in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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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나. '윤리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어 서평단 신청했다. 500p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정복하기 위해 페이지를 나누어 틈틈이 읽었지만 내용의 80% 이상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주석 없이 지나가는 페이지가 드물었고, 문장 하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용어로 조합되어 있어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썼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도덕적'이라는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소위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이란 모두가 지켜야 하는 기본 규칙을 따르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거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있는 골목길에서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본인과 운전자에게 위험하다), 다 마신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길거리에 올려놓는 사람(다른 누군가가 치워야 한다), 공용 화장실에서 휴지를 변기에 버리지 않도록 간절히 부탁하는 문구를 보면서 변기에 버리는 사람(배관이 막혀 수리비가 든다) 등. 최근 가장 거슬리는 '도덕적이지 않은' 행동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낙서하는 행동이다. <배려>, <인성>, <성장> 주제의 책을 무료로 빌려 읽으며 그 책에 낙서를 하고 반납 하다니. 책 많이 읽는 것보다 일상 생활 속에 만나게 되는 이런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는 것, 어떤 순간에도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을 통해 몸에 '도덕적 삶'이 배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지만,
여전히 착한 사람은 많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을 우선시할뿐더러,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기적 =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보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
얼마 전 '이기적인 사업가'라는 강연을 들었다. 사업가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좋게 보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강연을 통해 '이기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기적이란 남보다 나를 먼저 배려하는 것, 나의 삶에 집중하면서 돈이 버리는 삶을 사는 것,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문제도 해결해주는 것 등 모든 것의 시작은 나로부터 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첫 강연이 인상 깊어 다시 듣기 위해 강남역에 갔다. ATM 기기에 들러 강연비를 인출하고 나오려는데 4~5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나를 막아섰다. 이야기인즉, 본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를 예매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인출을 할 수 없다는 것, 고속버스비를 빌려주면 집에 가서 계좌이체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돈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버지뻘 되는 분이 무거운 서류가방을 들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돈 2만원 정도 기부한다고 생각하고 드리자'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현금 3만원 인출하고 강연비 1만원을 제하면 2만원이 남는 상황, 아저씨에게 계좌번호를 적어 드리고 지갑에서 2만원을 꺼냈더니 남아 있는 1만원을 보며 3만원 줄 수 없냐고 물었다. 강연비로 내야 했기 때문에 2만원만 주고 나오고 나서야 방금 건넨 2만원은 평생 못 돌려 받을 거라는 걸 감지했다. 나는 그 아저씨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그 어떤 정보도 받지 않은 거다. 

강연장에 도착해서 대표님에게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하소연했다. 어줍잖은 동정심에 현금 2만 원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주고 왔다고. ATM기기에서 방금 돈을 인출한 나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받아내는 것 같은데 안쓰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돈을 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마음 독하게 먹으세요. 그렇게 순진해서 사업 어떻게 하려고 해요."라며 꾸지람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대표님은 완전히 반대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기적인 사업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계시네요.
이기적이라는 것이 내것은 적게 주고 
남의 것을 많이 받는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방금 하신 행동은 굉장히 이기적인 행동이었어요.
아저씨에게 돈을 주는 그 순간 잠시나마 기분 좋으셨죠?
그 때 돈을 주지 않았다면 한동안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겠어요?

저는 기분 내킬 때 노숙자에게 10만원씩 줄 때도 있어요.
다 제 기분이 좋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행동인거죠.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고 착각했던 일들도 사실은 '나'를 위해 했던 것이다.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남을 이롭게 하는 인생을 위해 '도덕적 가치관'이 몸에 배도록 오늘도 공공 화장실에서 휴지는 휴지통에 넣는 실천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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