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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 백시종 연작장편소설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3년 10월
평점 :
소설은 또 다른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는 사건과 통계 등 생명력이 없는 화석과 같은 연대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시대상을 배경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소설은 땀 흘리는 때론 피까지 흘리기도 하는 생동하는 역사이다. 물론 공인받은 거짓 말꾼인 소설가가 하는 얘기라 허구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그걸 어디까지는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를 따질 필요 없이 독자인 우리는 각자의 감동이라는 과실을 얻으면 그뿐 아니겠는가. 그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라 생각하며 <쑥떡>에 빠져 행복한 이틀을 보냈다.

소설가 백시종 님은 7년 전에 작고하신 내 모친보다 2년이 연배이다. 나 역시도 풍요가 넘쳐나기 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끝물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허덕였던 추억이 있다. 저자가 전해주는 거의 절대적인 기아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먹거리에 대한 갈망은 제법 강했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 집에 갔다가 처음 맛봤던 사라다(샐러드)의 강렬한 추억도 남아 있다. 빠다(버터) 비빔밥에 환장했던 시절도 물론 있었고 말이다. 사실 버터는 비싸서 대부분 식물성 마가린을 주로 먹기는 했다. 게다가 비교적 처지는 축에 속했던 서울 변두리 살림 속에서 삼 형제가 한창 자라던 시절의 추억이 많이 겹쳤다. 한 달에 한 번 있을지 말지 한 돼지고기 연탄불 구이라도 있는 날이면 장남인 내가 첫째이고 밑으로 2살, 6살 터울인 동생들과 5근을 뱃속에 욱여넣던 시절도 새삼 떠오른다. 마당 한켠의 화장실에서 새벽 달을 쳐다보며 밤새 설사를 해대던 기억도 선명하고 말이다.

그렇게 내가 자라던 시절과 겹치기도 하고 단편적으로 전해 들었던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공감하며 <쑥떡>을 읽었다. 작품 후반 두 장에서 다루어지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어지럽던 시절의 뒷얘기는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절대적 빈곤은 벗어났지만, 경제 성장이 불러온 상대적 빈곤의 쓰나미가 아직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거품이 잔뜩 낀 개인들의 살림살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서 살아가는 지경이지 않은가. 그 어렵던 시절도 어둡고 혼란한 틈바구니에서 살아 냈던 세대의 뒤를 이어 살아온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며 한바탕 회상을 마친 느낌으로 책장을 덮었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