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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나는 꿈에 관한 특별한 경험 몇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꿈에 관한 관심이 자연스레 높아졌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도 심취했었지만, 왠지 내 경험과는 다른 해석에 점점 멀어진 기억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꿈 경험은 잠결에 내게 일어난 일을 전혀 다른 형태로 암시하여 보여주는 경험이 그 한 가지였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 꿈은 어린 시절 낮잠을 자다가 방바닥에 놓여 있는 외할아버지의 재떨이를 엎질렀는데, 꿈에서는 쌀을 담아 놓은 바구니를 엎지른 것으로 나타났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재와 모래를 쓸어 담는데 꿈과 겹치던 그때 행동이 참으로 다행이라 느껴졌던 추억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된 예지몽 성격의 꿈은 여러 번 다른 장소들에 대한 꿈을 꾸었는데, 지금도 드물게 꾸곤 한다. 꿈에서의 상황은 다양하다 무언가에 쫓기거나 아니면 어디를 찾아가거나 혹은 맥락 없이 툭 던져져서 방황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낯선 거리와 지형을 돌아다니는 꿈이다. 대개는 잊곤 하지만 몇몇 거리와 지형은 자주 반복되거나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고, 현실에서 분명히 처음 가본 곳인데도 기시감(꿈에서 분명 와봤던 곳이다!)이 느껴지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꿈에 대해서 영 터무니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책장을 넘겨보게 되었다. 우선 받게 된 인상이 꿈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당시에는 혁신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주장했을지 모르는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 그리고 프로이트 이전과 이후의 수많은 과학자들의 지적 탐구에 대한 소개를 통해서 현재의 꿈 연구(과학적)가 이들에게 많은 부분을 잇대어 가고 있다는 것을 털어놓는다.

저자들은 꿈과 각성상태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면서 기면병 환자들의 사례를 들기도 하면서, 이 불확실함을 가장 잘 포착한 사례로 장자의 "호접몽"을 들고 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장자의 우화들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것들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하나가 구만리 장천에 떠서 위와 아래가 모두 푸른 공간을 날아가는 대붕의 이야기와 바로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나비에 관한 이야기인 호접몽이다. 나는 호접몽 신봉자로서 과학자의 입장에선 저자들이 꿈이란 모호한 성격의 대상을 다루기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단호하게 규정지음으로써 "프"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누구처럼 뒷날 과학적 탐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게 하려고, 명확히 알 수 없다거나 현재 수준에서의 과학으로 검증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서술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그러면서 국제꿈연구협회가 제시한 "꿈에 대한 단일한 정의를 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소개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꿈 연구 분야가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본론으로 왜 꿈을 꾸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소개한다. "가능성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 탐색(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으로 저자들 중의 한 사람인 밥이 개발하고 다른 이인 토니가 도와서 크게 발전시킨 것이다. 약칭으로 넥스트업(NEXTUP) 모델의 설명을 통해 왜 우리(뇌)가 꿈을 꾸는지 훨씬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개도 꿈을 꿀까?", "우리는 무슨 꿈을 꾸는가", "텔레파시와 예지몽" 등 저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과학적 성과와 사례의 바다를 넥스트업 모델을 길잡이 삼아 모험을 떠나보자. 직접 겪어본 독특한 꿈 경험이 있거나 꿈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조금 어렵고 딱딱할 수도 있지만 분명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디지털감성 e북카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