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위한 의학사 강의 - 과학의학이 담지 못한 동아시아 의학사
차웅석.김동율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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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단순한 의학사를 넘어선, 400쪽짜리 거대한 '생존과 진화의 통사'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고, 원인 모를 허리 통증에는 자연스럽게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습니다. 이처럼 현대인의 일상에 너무도 당연하게 자리 잡은 '의료 시스템의 공존'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의 신간 『한의학을 위한 의학사 강의』는 바로 그 당연한 질문에 대한 400쪽짜리 묵직하고도 완벽한 해답입니다.


단언컨대, 이 책은 단순히 한의학의 우수성을 찬양하는 낡은 예찬서가 아닙니다. 인류가 질병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위협에 맞서 어떻게 데이터를 축적하고, 투쟁하며, 타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생존 백서'입니다.


이 책을 당신의 서재에 반드시 들여놓아야 할 3가지 이유를 꼽아봅니다.



첫째, 지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다학제적 부검' 저자들은 의학 전공자라는 틀에 갇히지 않습니다. 고고학, 역사학, 그리고 지정학의 렌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동아시아 의학사를 입체적으로 해부합니다. 침술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통념을 깨고 '한반도 북부 기원설'을 짚어내는 고고학적 추적부터, 음양오행이라는 철학이 어떻게 수많은 임상 경험을 '범주화'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했는지 밝혀내는 과정은 한 편의 지적 스릴러를 읽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둘째, '취사선택'의 필터와 대륙의 방벽 역사를 움직인 거대한 맥락들이 책 곳곳에서 번뜩입니다. 조선이 『동의보감』이라는 위대한 백과사전을 통해 거대한 중국 의학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주체적 필터'로 걸러낸 독자적 진화의 궤적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반면, 중국의 중의학이 서구화의 거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방대한 영토와 인구수'라는 지정학적 성벽에서 찾아내는 통찰은, 단순한 의학 지식을 넘어 조직과 국가가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을 틔워줍니다.



셋째, 낡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생존'을 묻다 전통의학이 고도화된 서양의 '과학의학'과 충돌한 것은 긴 인류사에 비추어 보면 최근 1세기의 일에 불과합니다. 알파고를 넘어 본격적인 AI 시대를 마주한 지금, 정밀 과학이 극한으로 발달하는 미래에 전통의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저자들은 낡은 전통에 매몰되지 않고, 타 학문과의 끊임없는 '융합과 통섭'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라는 냉혹하고도 현실적인 결론을 도출해 냅니다.


[총평] 질병과 치유의 역사를 통해 인간 본성과 시스템의 진화를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 혹은 파편화된 지식을 넘어선 거대한 통찰의 렌즈를 얻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순한 전공 서적을 넘어, 불완전한 인간의 육체를 구원하기 위해 분투해 온 인류의 치열한 궤적이 당신의 지적 허기짐을 완벽하게 채워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이 묵직한 지적 자본에 투자하십시오. 절대 후회하지 않을 독서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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