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김한준과 대립하는 존재가 있지만,
글은 그 두 사람의 관계보다 
김한준이 심연에 묻어두었던 과거를 맞닥뜨리며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김주승은 김한준의 저승사자이며, 사랑 받고 싶었던 동생이었고, 
나락으로 몰아넣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한 번 어그러지기 시작한 마음은 증오와 끔찍한 목적만 남아 
미령과 영준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파일럿의 자격을 잃은 한준과 의사라는 껍데기조차 부서진 영준은 닮았지만
그 끝은 달랐다. 
어두운 호수에서 깊이도 모르고 침몰하던
한준은 빛이 따스하다는 것을 깨닫고 영준은 모든 것을 잃었다. 

위스키 한 병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복수의 허무함은
결국 송화의 죽음에 영준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어느 하나 가엾지 않은 인물이 없다.
미령은 힘없이 축 늘어진 한준을 보며 희열을 느꼈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죄책감은 오로지 영준만을 향한 것일까. 

마지막 문장이 씁쓸하게 남는다.


죽어서라도 제 자리를 찾고 싶었던 가련한 여자.
결핍과 냉소를 안고 자란 그녀의 아들.
과거를 마주하기 두려웠던 남자.

문득 그 후의 한준과 영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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