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의 초록 리본 사계절 아동문고 97
박상기 지음, 구자선 그림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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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을 다 읽고 나더니 전쟁이나 자연재해에 관한 이야기도 아닌데 아이는 잔인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물을 사람 위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보편적인 편견을 확실히 깨뜨려주었던 첫 장이었어요. 사람 입장에서의 고속도로와 자동차가 야생동물 입장에서는 잔인한 죽음의 길이자 둥근 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아이와 동물의 입장이 되어 환경을 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영어와 같이 외국어 배우듯 동물의 언어가 있다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기발한 의견을 내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로 솔랑과 해랑이라고 말하며 고향 잣나무숲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너무 힘겨웠지만 동물끼리 서로 도와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해랑은 짧게 등장하지만 모든 장면에서 보이지 않게 투영되면서 '붉은 산'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한편 불퉁하지만 속깊은 도야는 자신의 슬픔과 한숨에 사로잡혀 살지 않고 솔랑을 비롯한 산속 동물의 지도자로서 상생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죽음조차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멧돼지에게 느끼다니요. 이제 환경을 위해 눈 감지 말자고 아이와 다짐해 봅니다. 도야의 울분의 찬 외침에 솔랑이 눈을 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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