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재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5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대박 재밌음.
지금까지 읽는 이 시리즈 중에서 젤 재미있는 듯.
아니 미스터리한 사건도 사건이지만
‘천지의 표‘와 ‘무아의 궤‘ 수수께끼가 진짜 압권.
진짜 저런 게 있다면 갖고 싶다, 제작할 수 있다면 제작해서 소장하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
거기에 2대에 걸쳐 불화를 그리던 화가들의 사상이랄까 신념이랄까 뭐 그런 거에 또 한 번 충격받음....ㅋㅋ



P. 80) 손을 내밀지 않는 아이에게 과자를 줄 수 없는 것처럼, 교육을 받는다는 동사는 존재해도 교육을 한다는 개념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또 교육에는 물 흐르는 듯한 상하관계가 있다. 그러나 학문에는 그것이 없다. 학문에 있는 것는 높낮이가 아니다. 도달할 수 없는, 극복할 수 없는 무한한 고독만이 존재할 뿐이다. 학문에는 교육이라는 불손한 단어와는 한 치의 접점 없는 정적이 요구되고, 장해물 하나 없는 광활한 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이란 곳은 원래 교육을 받는 곳이 아니라 학문을 하는 곳 아니었나?

P. 126) ‘무관함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특별해진다‘

P. 159~160) 혼자 사는 단조로움이 나다운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소피스티케이트와는 정반대되는 세련됨이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 복잡함과 궤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단조로움은 학문 속에만 있다.

P. 160~161) 마음이 내킬 때 내키는 만큼 즐기면 그만인데, 사람들은 왜 그리 외부에서 강압적으로 정해주는 규칙애 열광하는 걸까...... 지배당하는 것의 미덕? 아니, 그런 고급스러운 기호 같지도 않다. 아마도 자주성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본능적으로 절약하는 것이리라. 인간은 흡사 개미떼 같은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군. 이것이 바로 지배와 종속의 미덕인가.
흥미로운 발상이다.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휘둘리는 것은 과연 기분 좋은 일일까?
제트코스터처럼......

P. 161) 멍청이처럼 굴고 의미 없는 짓을 하면 안전해지는, 그런 촌스러운 변두리 축제 음악 같은 성인 사회의 룰도 깨닫기 시작했다. 도시에 살아도 그런 시시껄렁한 규칙은 어디를 가건 존재하고, 또 지배적이다.

P. 288) ‘마음먹은 대로 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중략- ‘되지 못한다는 건 진지하게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스로 포기해버린다는 뜻이다. 인간은 진지하게 바라면 실현하지 못하는 게 없다.‘

P. 325) 현관에 달린 자동문이 고무가 마찰할 때 나는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닫힌다.
사이카와는 병원 자동문처럼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문은 또 없으리라 생각했다.

P. 525~526) 인간의 의식이란 원래 그렇게 불연속한 것이다.
소중한 것이 수없이 잊혀 간다.
빈틈없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면 붕괴해버릴 무른 정신력...... 계속해서 생각하다 보면 미쳐버릴지도 모를 허약한 사고력...... 그런 불완전한 인류의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의식을 망각하고, 형해화하고, 인상화하고, 미립자로 변할 때까지 분쇄해서 마지막에 선택된 작은 결정만을 점점이 늘어놓으며 흡수해 간다. 그런 정교한 장치가 인간의 몸속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머지 미립자들은 어디로 갈까?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가볍고 작은 결정은......
그런 결정이 지금도 이 세상을 부유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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