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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암흑동화
W. 오츠이치
검은 눈동자에 비친 마지막 풍경.
눈을 더 모아, 소녀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온 세상 인간들의 눈을 이 부리롤 모아 오자.
그러면 아마도 이 아이는 몹시도 기뻐할 것이다.
나는 동화를 좋아한다.
유치찬란하고 행복한 분위기가 나는 동화의 뒷면에는
잔혹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숨겨져있기 떄문이다.
그런 이야기의 진실을 아는 걸
나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 뒷면이 어찌됬건간에
대부분의 동화는 미화되어
아름답고 예쁘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읽혀지고 있다.
암흑동화, 이 책의 겉표지를 벗기면 피처럼 붉은 표지가 나온다.
책을 펴보면 까마귀와 보지 못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말 그대로 동화.
그런데 잔혹동화.
까마귀가 눈을 파서 소녀에게 주는,
아마도 까마귀는 소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거지만.
그리고
눈을 이식받으므로써 알게 된 소년의 이야기와
나미지만 나미가 아닌 소녀의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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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죽어버린 소년의 기억을 본 소녀의 이야기는
책을 보시기를.
─내용이 잔인하니 조심하세요.─
"괴물이 보였어요.
항상 마지막에 나타나는 무서운 존재.
색깔은 암흑, 검은색 괴물.
꿈의 마지막이 되면 그 검은 짐승이 저에게 덮쳐들어요."
까마귀는 깨달았습니다.
소녀를 겁주고 있는 괴물이란 바로 나다!
이것은 나중에 들은 이야기일 뿐, 나는 정작 그 날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이 사라진 나는 도저히 '나미가 될 수 없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
시오자키가 내 눈을 보고 말했다.
"사양할 것 없어. 내가 사는 집이니까."
*
까마귀가 흔들린다.
검은 날개를 가진 귀여운 캐릭터 열쇠고리가
차의 미러 앞에 늘어져 흔들린다.
*
모든 일에는 최종적인 도달점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행복한 결말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
노래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의 노랫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둠, 그 밑바닥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영어 가사, 그 내용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덧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목소리에 마음이 아파졌다.
"누구, 있어요……?"
*
"당신도 차로 끌려온 거야. 그렇지? 있지, 까마귀 봤어?"
"까마귀라면, 응, 저택 지붕에 앉아 있었어."
"그게 아니라, 흔들리는 까마귀.
그 사람 차를 새로 살 거라고 했지.
그 열쇠고리 마음에 들어했으니
새로 바꾼 차에도 달지 않았을까?"
흔들리는 까마귀 열쇠고리.
그 열쇠고리를 히토미가 보았다.
그의 차로 여기 왔을 때, 눈에 새겨두었던 것이다.
*
"너까지 방문자가 되다니, 분명 운이 없었던 거야."
"운이 없었던 게 아니에요.
당신에게 도달한 것은 제 의사에요……."
*
"그 꽃, 사오리에게 선물한다고 스미다가 옛날에 따 왔던 거야.
아직도 시들지 않아. 신기하지?"
*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살았던 너를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