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나만 알고 싶은 백수 김봉철 군이 웅크리고 써내려간 이상한 위로
김봉철 지음 / 웨일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내성적인 성격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이야기 해야 할 때.

난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른스러운 일 처리를 해야만 할 때.

난 그럴때면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숨고 싶으면서 남들에게는 나 숨고 싶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작가는 숨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으니까.

책 소개글을 읽는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게 된 글이 있었다.

<여자친구와 만 원>이라는 글.

그 글 속의 주인공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호기심이 생겼는데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실화일 것 같았던 그 이야기는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였다.

나이 서른여섯에 백수, 그리고 어쩌면 연애도 상상속에서밖에 못 해 본.

과연 이 사람의 글에서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보다는 낫다는 안도감? 아니면 나만 이러는게 아니라는 동질감?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고 느꼈던 건 동질감은 느낄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공감이라는 걸 하려면 어느정도 나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학대,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이 생겼고

내성적인 성격에 자신감있게 말을 하지 못해 늘 웅얼거리고

마음속에 있는 진심은 전혀 전하지 못하는 서른 여섯 백수 남자.

과연 그 삶에 공감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자꾸만 눈물이 핑 돌았고

그의 모습에서 꽁꽁 감춰왔던 내 모습이 얼핏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이런사람이 아니야.'라며

마음 속 아주아주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내 모습을 본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부정했던 것들을 이 작가는 무심한 듯 툭 털어놓은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잘 하고 있다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도.

당신들 잘못이 아니라고.

정말 이 책은 이상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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