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꽤 흥미로운 여행서를 읽었다.

파리, 프라하, 피렌체, 교토, 스코틀랜드 등등 

여행에 별 흥미가 없는 사람도 좋아할 만한 세계 곳곳의 도시들만 골라 다니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여행하는 전직 기자의 이야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일종의 '머무는 여행'인데,

이 사람의 여행에는 다른 특별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를 배우며 여행한다는 것!

아, 이 얼마나 로망적인 이야기냔 말이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가가 요리사가 되기 위해 쿠킹 클래스에 등록하고

양치기가 되기 위해 보더 콜리(양치기 개) 조련법을 배우고

정원사가 되기 위해 먼 프랑스 남부까지 날아간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는 자신이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끼기에 그것을 배우려 한 것뿐이다.

그녀가 말하는 '순간에 충실한 삶'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 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풀어놓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자신의 수업 얘기 대신

뒷골목을 탐험한 이야기, 거기서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만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니까 여행을 하고 여행지의 사람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삶 속으로 쑥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그냥 사람들만 만나지 말고 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그곳의 문화를 배우라고.

그래서 그녀는 3주간의 요리 수업을 통해서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규율을 지키는지,

길을 막고 서서 이야기하는 이태리 사람들이 프랑스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느껴 간다.

그러면서 인생을 오래 살아온 사람답게 인생에 대해 새겨들을 만한

몇 가지 메시지도 슬쩍슬쩍 흘려놓는 의뭉스러운 솜씨라니...

(젊은 작가인 줄 알았는데 적어도 50은 넘었을 것 같다)

 

여행도 좋아하고 덕분에 여행서도 꽤 읽는 나로서

일기장을 옮겨 놓은듯한 요즘의 여행서가 정말이지 지겨웠다. 

그럴듯한 사진과 함께 어떤 카페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커피를 마시고, 

여행을 떠나기전 반복되는 삶이 너무나 루틴했다는 불평을 늘어놓고,

혹은 끝나버린 사랑의 아릿한 추억에 대해 혼자 쓸쓸해하고.

개인 블로그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들... 

에세이인지 사진집인지 모를 꾸밈새...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빌 브라이슨이나 에릭 와이너, 피터 메일처럼 대단한 달변가는 아니지만,

글로써 여행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